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속구투수 케리 우드(시카고 컵스)가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전격 은퇴했다.
우드는 18일(현지시간) 홈구장 리글리 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인터리그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선수생활 마지막 은퇴경기가 다가왔다고 깜짝 선언해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우드는 이날 화이트삭스전에 구원등판, 8회초 다얀 비시에도를 헛스윙삼진으로 돌려세운 걸 끝으로 영원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미 그의 은퇴소식을 접한 관중들은 그를 향해 뜨거운 기립박수으로 격려해줬다.
경기 뒤 우드는 은퇴 소감을 묻는 질문에 "물러날 시간이 됐다. 올 시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봐왔고 나는 그걸 회복하거나 극복하지 못했다. 내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이젠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34세가 된 우드는 올 시즌 팀내 제1셋업맨으로 출발했으나 무승2패, 평균자책점(ERA) 8.64 등으로 최악을 달렸다. 중간에는 부상도 당해 한참동안 빠져있는 등 컵스 몰락의 원흉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더 이상 팀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영원히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우드는 약관 20살 시절이던 지난 1998시즌 혜성처럼 나타나 '한 경기 20탈삼진'이라는 역대 빅리그 타이 기록을 세우며 일약 팬들로부터 '키드 K'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해 5월6일 당시 강타선을 자랑하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생애 5번째 선발경기 만에 1피안타, 20탈삼진의 눈부신 호투로 컵스의 2-0 완봉승을 견인했다.
당시 100마일(161km)의 강속구를 우습게 던지고 마구같은 슬라이더로 타선을 농락하던 우드의 거침없던 투구가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지금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에 못지 않은 초대형투수의 등장에 미국이 흥분했던 시절이다. 로저 클레멘스 이후 미국이 배출한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우드는 그러나 잇단 부상에 발목이 잡히면서 기대만큼 꾸준히 롱런하지는 못했다.
그는 통산 14시즌 동안 13번이나 부상자명단(DL)을 들락거려야 했던 비운의 투수이다.
그렇게 수많은 부상에도 그는 역사에 '닥터 K'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고 떠난다. 최소 1,0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9이닝당 탈삼진이 두 자릿수 즉 10.0개를 넘은 역대 3명의 투수 중 하나가 바로 우드다.
우드의 9이닝당 탈삼진은 10.3개로 10.6개의 랜디 존슨, 10.0개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스타에 2차례 올랐던 우드의 메이저리그 통산성적은 86승75패, 63세이브, 평균자책점 3.67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