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윤세호 기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났다.
LG와 SK가 맞붙은 17일 문학구장에서 투수전 끝에 LG가 SK에 1-0으로 승리한 가운데 LG의 10년차 투수 정재복과 SK의11년차 투수 제춘모가 나란히 호투를 펼쳤다. 정재복은 6⅔이닝동안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제춘모는 7이닝 1실점으로 2552일 만의 선발등판을 퀄리티스타트로 장식했다.
두 투수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긴 시간의 고생 끝에 이뤄낸 호투였기에 더 의미가 깊었다. 정재복은 2010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작년 내내 오로지 재활에만 매진해야 했다. 제춘모는 2005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 후 군입대했고 전역 후 지난 시즌까지 1군 무대에 고작 4차례 등판, 깊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정재복과 제춘모는 140km가 넘지 않는 직구를 던지면서도 경기 중반까지 득점권에 주자를 전혀 허용치 않으며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제춘모는 3회초 오지환에게 좌월솔로포를 내줬지만 LG 타자들을 상대로 꾸준히 외야 플라이를 유도해 7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경기 전 “선발로 나오지만 체력안배는 없다. 오랜만에 잡은 기회를 불태워 보겠다. 힘 빠질 때까지 전력을 다해 던지겠다”던 각오를 그대로 실천했다.
정재복은 제춘모 이상의 호투였다. 예전만 못한 구위와 퀵모션 난조로 고전했던 정재복은 직구·포크·슬라이더·체인지업을 고루 섞어 던지며 SK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교란시켰다.
정재복은 재활 후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올 시즌 선발로테이션에 진입, 부활을 위한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뒀지만 세 차례의 등판에서 승리 없이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신예투수들이 호투를 펼치며 선발로테이션 자리를 위협 받은 가운데 2009년 5월 9일 삼성전 이후 1104일 만의 승리투수가 되면서 선발진 한 자리도 지켜냈다.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