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25). 지난해까지만 해도 잠재력이 풍부한 유망주 정도였는데, 이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다. 강정호의 2012년을 설명해주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15일 현재 홈런 1위(11개), 장타율 1위(7할4푼7리), 타점 공동 1위(26점),루타수 1위(74개), 득점공 공동 1위(24점), 출루율 2위(4할4푼2리), 타율 4위(3할3푼3리).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강정호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숫자가 하나 더 있다. 고의 4구 3개, 올시즌 전체 1위다. 요즘 그는 상대 투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타자다.
29경기에서 11홈런을 터트렸으니 경기당 0.379개 꼴이다. 산술적으로 남은 104경기에서 39.5개가 가능하다. 타격 슬럼프와 부상 없이 지금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의 단순 예상 수치이지만, 자신이 목표로 삼은 30홈런을 넘어 40~50홈런이 가능하다.
2009년 23홈런을 기록하며 이름을 알린 강정호는 2010년 12개, 2011년 9개로 홈런수가 떨어졌다. 그랬던 강정호가 올시즌 최강의 타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무엇일까.
▶포수전향까지 생각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26세. 여전히 후배보다 선배가 많은 젊은 선수지만 강정호는 프로의 높은 벽을 경험하고 당당하게 이겨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강정호는 두 시즌 동안 2군을 전전했다. 고교시절 투수에 4번 타자, 포수, 내야 포지션을 두루 경험한 전형적인 야구영재였지만, 프로는 만만치 않았다.
입단 2년 차인 2007년에는 동기생인 황재균에 밀려 20경기 출전에 그쳤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자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야구를 계속하고 싶어 포수 전향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2008년 히어로즈 초대 사령탑에 오른 이광환 감독은 포수를 해보라고 권유까지 했다. 그만큼 절박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황재균이 유격수에서 3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비로소 출구가 열렸다.
2006년 부상으로 2군에서 머물 때 신인 강정호를 처음 만난 홍원기 넥센 수비코치는 강정호를 "그때나 지금이나 겉멋이 들지 않고 한결같이 성실한 선수"라고 했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프로 첫 2년 간의 시련은 그에게 보약이었다.
이제 강정호는 장종훈 이후 20년 만에 유격수 출신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
▶갑자기 홈런이 많아진 이유는
요즘 다른팀 동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너 미쳤지?"란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홈런 페이스다.
지난 2년 간 21홈런에 그쳤던 강정호가 올시즌 신바람을 내고 있는 원동력을 무엇일까. 지난 겨울 넥센에 복귀한 이택근과 올시즌 4번으로 나서고 있는 박병호 효과 덕을 보고 있다. 지난해 그는 4번 타자였다. 어린 선수가 팀의 주축 선수 역할을 맡게 되면서 부담이 컸다. 4번 타자로서 해결사 역할을 해야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결국 2할8푼2리, 9홈런에 그쳤다. 강정호를 중심타자로 활용하려던 김시진 넥센 감독의 구상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욕심이었다. 강정호가 흔들리면서 넥센은 창단후 첫 꼴찌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3번 이택근, 4번 박병호, 선배 두 명이 중심타선에 포진하면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15일 롯데전이 끝난 뒤 강정호는 "(이)택근이 형과 (박)병호형이 고맙다. 마음 편하게 타석에 들어간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5번으로 타순이 내려오면서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를 다소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정호는 손목힘이 좋고 노려치기에 능하다. 상대 배터리와의 수싸움에 능하다는 얘기다. 볼을 정확하게 맞히기만 하면 홈런으로 연결할 수 있다. 코칭스태프는 끊임없이 자신감을 갖고 스윙을 하라고 주문한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지난해 보다 간결해진 스윙, 컴팩트한 스윙이 좋다고 했다.
▶수비? 아직은 글쎄
유격수는 가장 고단한 내야 포지션이다. 타구도 많이 날아오고 순간적인 상황 판단능력이 좋아야 한다. 수비와 타격은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수비가 잘 될 때 타격도 함께 상승세를 탄다.
유격수로서 강정호의 강점은 강한 어깨. 투수를 경험한 선수답게 빨랫줄 송구가 눈에 띈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도 수준급이다. 그런데 강한 어깨가 때때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어깨가 강하다보니 다른 선수보다 한두 발짝 뒤에서 공을 잡을 때가 있다. 수비에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다.
또 아직까지 좌우 수비폭이 비교적 좁고 풋워크가 미숙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로 출전했던 강정호는 내년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뛰고 싶어 한다. 아울러 그의 마음 속에는 해외진출 꿈이 조용히 자라고 있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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