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9시(한국 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자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E조 최종전에서 포항과 맞붙는 분요드코르는 우즈베키스탄 프로축구 1부 리그(총 14개 팀)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전까지는 같은 타슈켄트를 연고지로 삼는 파흐타코르가 6년 연속 우승했다. 두 팀이 맞붙는 경기는 '캐피털(수도) 더비'로 불릴 만큼 치열하다.
현재 분요드코르 소속 선수 7~8명은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분요드코르의 미르할랄 카시모프 감독은 '우즈벡의 베컴'이라 불리던 축구 스타 출신으로 2010년까지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10년 FC서울에서 1골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우승에 공헌했던 '우즈벡의 박지성' 제파로프(알 샤밥 리야드)도 분요드코르 출신이다.
'창조자'라는 뜻을 가진 분요드코르는 2005년 창단됐다. 우즈벡 최대 기업인 제로막스가 구단을 소유했고 8개 가스 기업이 후원했다. 제로막스는 우즈베키스탄의 독재 정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의 맏딸 굴나라 카리모바(40)와 연관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관, 교수, 사업가, 가수, 패션·주얼리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카리모바가 자국 내에서 인기를 끌어올려 정권을 물려받기 위해 축구팀에 손을 댔다는 설이 유력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분요드코르는 2008년 브라질의 수퍼스타 히바우두를 연봉 1400만달러(약 161억원)에 데려왔다. 2009년엔 2002월드컵 브라질 우승을 이끈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과 연봉 1200만파운드(약 22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클럽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선수들을 계속 영입했지만 팀은 2008년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2009년엔 포항에 져 8강, 2010·2011년엔 16강에서 막혔다.
그러다 2010년 정치적 이유로 제로막스가 파산하면서 분요드코르는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팀이 단기간에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카리모바가 축구팀에서 손을 뗐다는 얘기가 퍼졌다. 2년 만에 팀을 떠난 히바우두는 1년치 연봉을 받지 못했다며 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팀 관계자들은 해외 구단들을 상대로 선수 세일즈에 나섰다. 2009년 포항 원정경기 당시 150여명의 팬과 취재진을 이끌고 전세기를 타고 왔던 선수단은 지난 3월 포항 원정경기 때는 태국 방콕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해 20시간이 넘게 걸려 포항에 도착하기도 했다.
입력 2012.05.1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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