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은 '삼각 캐릭터'의 힘이 폭발하는 독특한 로맨틱코미디다. '실험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감성과 인물들로 수놓아진 이 영화는 적어도 로맨틱코미디의 관성에 길들여지고 무감각해진 관객들에게 '진부해'라는 반응을 얻을 걱정은 없어 보인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은 후 꾸준한 호평과 사전 입소문 속에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키우고 있다.
민규동 감독의 전작 '끝과 시작'(2009),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등을 살펴보면 민 감독이 독특한 영화적 색깔과 멜로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동시에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런 두 가지가 조화롭게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영화는 입만 열면 쏟아지는 아내 정인(임수정)의 불평과 독설로 하루하루 힘든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 두현(이선균)이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일면 구전 같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지만, 캐릭터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세 남녀 주인공이 한 명의 기울임도 없이 삼각구도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 캐릭터로의 쏠림이나 반대로 '묻힘'이 없는 이상적인 상태가 펼쳐진다.
임수정은 독설가 정인 역을 이중적으로 그려냈다. 표독스럽지만 사랑스럽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안녕 못해요!"라는 대답으로 시작해 온갖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정인은 소위 비호감의 끝에서 시작해 이른바 '포텐 폭발'의 끝까지 달려나간다. 임수정은 이 작품으로 20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무지개 니트 소녀를 벗고 '30대 여배우 임수정'의 관록을 과시한다.
류승룡이 분한 성기는 코믹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판타지성의 인물이다. 영화가 성기의 모습을 그려낼 때는 순식간에 장르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캐릭터. 하지만 따지고보면 평범한 남자가 전설의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애원하는 설정부터가 환상이다. 영화 속 웃음을 책임지는 성기는 배우 류승룡이 공들여 만든 가공 인물을 보는 재미를 준다.
자칫 판타지로 붕붕 뜬 채 흘러갈 위험을 막고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 사람은 이선균이다. 지긋지긋한 아내에게 쥐어살면서 자유를 갈구하다가, 이런 아내를 떠나려 고군분투하고 다시 아내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두현으로 분한 이선균은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편안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이선균의 장점이 100% 발휘된 영화로, 섬세하고 웃기고 날카롭게 슬프다. 관객들이 가장 감정이입하는 인물이 두현이 될 것이다.
캐릭터들과 드라마의 참신함에 두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고전적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 1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