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유럽연합(EU) 같은 지역 공동체를 창설하려는 움직임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13일 사우디·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아랍에미리트(UAE)의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이 만나 유럽연합을 모델로 한 '걸프연합' 창설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걸프연합 창설은 기존의 경제 블록(bloc) 개념을 넘어 GCC를 연방국가에 준하는 지역 공동체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이다. 현재는 바레인이 가장 적극적으로 이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아랍의 봄' 시위로 혼란을 겪은 바레인 왕정은 '아랍권의 정세 불안과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을 이유로 GCC 국가 간 결속을 주장해왔다. 사우디와 바레인은 걸프연합의 초기 단계로 GCC 회원국 사이 국경 개방, 6개국을 잇는 GCC 철도 건설, 지역 연합군 창설 등을 제안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살림 알 알위 GCC 대변인은 "외교장관 회의 결과를 토대로 각국 정상이 구상을 구체화해 12월 정상회담에서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협력회의(GCC) 외교장관 회의가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다. GCC는 원래 페르시아만 아랍 산유국 6개국의 경제협력체지만, 회원국들은 향후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한 지역공동체‘걸프연합’으로의 발전을 논의 중이다.

GCC는 세계 원유 매장량의 3분의 2를 보유한 페르시아만의 아랍 산유국 6개국이 만든 경제 협력 공동체다. 페르시아만 주변의 정치적 불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1981년 창설됐다. 회원국은 모두 세습 왕정체제를 유지하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로 민족·언어·종교가 거의 일치한다. 사우디와 적대관계인 페르시아 민족의 시아파 이슬람 국가 이란은 회원이 아니다.

GCC는 원래 경제 협력을 주목적으로 해왔지만 최근 미국이란의 갈등으로 페르시아만 정세가 불안해지자 정치·군사 협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실제로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가 격화된 지난해 봄 GCC 회원국들은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사우디가 자국 군대를 투입해 시위 진압을 도왔다. 최근 호르무즈해협 섬들을 놓고 이란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UAE도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걸프연합 창설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당장 바레인·카타르 등 소국(小國)이 인구나 군사력 면에서 거대한 사우디에 흡수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페르시아만의 가장 넓은 해역을 차지한 이란도 라이벌 사우디 주도의 지역 공동체 탄생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란 의회는 이날 GCC 통합 계획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