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벨기에인 기타리스트인 드니 성호 얀센스(37·한국명 신성호)가 세계 정상의 여성 피아니스트인 마르타 아르헤리치(61)의 초대를 받아 다음 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루가노 페스티벌에서 마우로 줄리아니의 기타 독주곡 '로시니아나 5번'을 연주한다.

루가노 페스티벌은 아르헤리치가 세계 전역의 젊은 연주자를 발굴하기 위해 2002년부터 매년 여름 개최하는 실내악 축제다. 이 페스티벌에 기타리스트가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 카퓌송(바이올린)과 고티에 카퓌송(첼로) 형제, 임동혁과 세르지오 티엠포(피아노) 등 젊은 연주자들이 아르헤리치의 후원으로 이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다음 달 스위스 루가노 페스티벌에 초대받은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얀센스. 그는 이 축제를 이끄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에게서 "비평을 두려워 말라"는 조언과 함께 기타를 선물 받았다.

드니 성호는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나 그해 벨기에로 입양됐다. 8세 때 벨기에인 양아버지가 선물한 기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더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지만 피아노 강좌가 학교에서 조기 마감되는 바람에 기타로 바꿨다"면서 웃었다. 드니 성호는 "피아노와 달리 기타는 어디든 갖고 다닐 수 있고, 손가락으로 줄을 퉁겨 소리를 빚어내면서 감촉과 울림까지 모두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4세 때 벨기에 청소년콩쿠르에서 1위 입상했고, 2004년 유럽 콘서트홀 연맹이 수여하는 '라이징 스타'에 선정돼 카네기홀 등에서 연주했다.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음악원과 브뤼셀 왕립음악원 등에서 기타를 공부한 그가 벨기에에 거주하던 아르헤리치를 처음 만난 것도 그즈음이다.

드니 성호는 "피아졸라의 탱고를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본 아르헤리치가 '자연스러운 연주와 공명(共鳴)이 좋다'고 칭찬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아르헤리치는 그에게 "연주자가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고 조언했으며, 기타를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만남을 통해 드니 성호는 미샤 마이스키(첼로), 스티븐 코바세비치와 넬손 프레이리(피아노) 등 세계적 거장들과 교류했다.

작년 파가니니의 독주곡으로 두 번째 음반(낙소스)을 발표한 그는 최근 자신의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하고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 회사를 통해 현재 교류 중인 해외 연주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그는 "유럽과 한국을 이어주는 열쇠는 언제나 음악이었다. 음악과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셈이지만, 예술이든 삶이든 가장 중요한 건 독립과 자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