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도심 공원에서 20대 대학생을 칼로 40차례 이상 난자한 10대 살인범들은 악마 숭배·심령술 등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인터넷 카페 활동을 두고 감정 다툼 끝에 피해자를 살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일 범행에 가담한 공범 윤모(19)씨를 추가로 검거해 정확한 살해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모(20)씨, 용의자 이모(16)군, 홍모(15)양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진 계기는 김씨의 전 여자친구 박모(21)씨 문제 때문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친구 A(20)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이군, 홍양 등과 함께 악마를 숭배하고 귀신을 불러내는 '분신사바' 같은 것을 다루는 인터넷 카페 활동에 심취했는데 김씨가 이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김씨가 이군과 홍양을 욕하고 비난하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박씨는 한 달 전 김씨와 헤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와 사이가 틀어진 이군이 홍양과 공범 윤씨에게 '(피해자를) 한 번 손봐줘야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9일 김씨가 이군에게 먼저 연락해 "예전에 심하게 말했던 것을 사과하고 싶다"며 만날 약속을 잡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군 등을 만나기 전 친구 A씨에게 "우리의 목적은 '레카(박씨의 인터넷 아이디)' 구출"이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군은 김씨와 만날 약속을 한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윤씨에게 연락했고, 윤씨는 칼 두 자루를 준비해 약속장소인 서울 신촌에 나왔다.
이 자리에는 피해자의 전 여자친구인 박씨도 나왔지만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이군과 윤씨 등이 김씨를 신촌역 근처 바람산공원으로 끌고 가 칼로 위협하다가 살해했다. 숨진 김씨가 공원으로 가면서 친구 A씨에게 "점점 골목. 왠지 수상"이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낸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