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회사원 김모(여·28)씨. 이달 초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출근 시간 전철 안에서 말 그대로 '몸 둘 바'를 모르는 일을 경험했다. 어깨를 기대고 붙어 앉은 옆자리 40대 남성이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으로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 김씨뿐 아니라 주변 승객 3~4명도 동시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폰을 통해 소리까지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덥수룩한 머리로 두 눈을 가린 그는 씩 웃기까지 했다. 김씨는 "회사를 다섯 정거장이나 앞두고 중간에 내린 뒤, 뒤이어 오는 다른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최근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공공연하게 음란물을 보는 '공공장소 야동(야한 동영상)족(族)'이 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대학생 유모(여·24)씨는 지난 3월 안양행 지하철 1호선을 탔다가, 한 30대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야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유씨는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피하는데도 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포털사이트에서는 버스 안에서 한 남성이 태블릿PC로 야한 동영상을 보는 장면을 뒤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른바 '버스 야동남'. 사진 속 남성은 옆자리에 여성이 있는데도 헤드셋을 끼고 야동에 몰두 중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아직 공공장소에서 음란물을 보는 사람에 대한 신고는 없다"면서 "신고가 접수되면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음란죄는 공공장소에서 자위를 하는 등 '극단적인 경우'에만 적용돼, 실제로 공공장소 야동족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용철 서강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공연음란죄는 '의도를 갖고 다른 사람에게 음란물을 보여줬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스마트 기기로 음란 동영상을 봤을 때 고의성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