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6일 한화와 KIA가 맞붙은 대전구장에서는 KIA의 좌익수 나지완이 2회 말 수비도중 외야 철조망 사이에 박혀버린 타구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다, 공이 빠지질 않자 심판원에게 손짓으로 공을 가리키며 이르는 장면이 표출된 적이 있었다.

한화의 5번타자로 나선 송광민이 때린 홈런성 타구가 나지완의 키를 넘어 담장에 박힌 것으로 당시 해당경기의 심판진은 나지완의 민원신청(?)을 받아들여 인정 2루타를 선언, 타자주자 송광민을 2루에 멈춰 서게 했었다.

이처럼 담장에 타구가 박힘으로써 인정 2루타가 선언되어 타자주자(루상의 주자들 포함)에게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부여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규칙적용의 전형적 사례이다.

야구규칙 <7.05>의 안전진루권 조항에도 ‘타구가 경기장의 펜스 등에 끼어 멈추었을 경우, 타자주자에게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진다’ 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펜스에 타구가 끼이게 되면 자동으로 볼 데드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좀더 내용이 복합적임을 알 수 있다.

2012년 4월 28일 롯데와 LG의 사직구장 경기에서는 8회말 2사 1, 2루 상황 때 롯데 6번 강민호의 타구가 좌익수 쪽 담장 하단에 끼었음에도 1루주자 박종윤이 홈에서 태그아웃(7-6-2T:좌익수-유격수-포수)되자, 이후 롯데가  어필에 나서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비춰졌는데, 후일 알려진 이날 롯데 어필의 주된 내용은 타구가 담장에 박힌 사실이 아니라 박종윤의 주루과정에서 일어난 주루방해 선언여부가 그 중심이었다.

하지만 당시 중계화면에선 타구가 담장에 끼어 1루주자 박종윤의 아웃은 무효가 되고 3루로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딱 좋은 영상이 반복되어 비춰지고 있었는데, 주루방해 사실을 알리 없는 시청자로선 당연히 담장에 박힌 타구에 대한 어필로 여길 수밖에 없는 그림이었다.

현장에서 일어난 어필내용에 관한 진실공방은 접어두고, 정작 강민호의 타구가 담장에 끼어 정지된 것에 대해 심판원이 왜 볼 데드 선언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얘기로 화제의 중심을 옮겨보도록 하겠다.

TV 중계화면을 통해 나타난 영상으로는 타구가 담장 아래의 파인 부분에 끼인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끼인 것이 아니라 담장을 맞고 파여진 부분 사이에 공이 떨어져 그대로 정지된 것으로서, 심판원은 야수가 더 이상 플레이를 할 수 없는 볼 데드 상태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공이 담장에 박혔다면 LG의 좌익수 양영동은 공을 집어 플레이를 이어갈 수 없었을 터이고, 설령 공을 빼낼 수 있다 하더라도 LG로선 그 공을 꺼내서 플레이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2루주자의 득점은 막을 수 없겠지만 1루에 있던 주자의 득점은 볼 데드 판정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일단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영동은 타구를 집어 안으로 연결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1루주자를 잡아내 문제가 사라졌지만, 만일 타구가 담장에 끼어 정지된 것이라면 양영동은 이 사실을 심판원에게 알려 타구의 현 상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어야 맞다. (물론 심판원이 야수가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한 경우에 한해 볼 데드가 선언된다)

그러나 이날 양영동이 담장까지 달려가 곧바로 공을 주워 유격수에게 송구한 것을 보면 공이 담장에 박히지 않고 그 아래에 똑 떨어져 정지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설령 담장에 끼었더라도 살짝 걸쳐 있어 야수가 플레이를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면 볼 데드가 선언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심판원이 타구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전에 야수가 공을 빼내 플레이를 가져가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그대로 볼 인 플레이 상황으로 놔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타구가 담장에 끼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자동 볼 데드 선언이 내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솔한 판단이다. 특히 수비수는 더욱 그렇다.

한편 타구가 담장에 박히는 등의 이유로 타자주자에게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질 때 이를 흔히 ‘인정 2루타’로 표현하곤 하는데, ‘인정’이라는 말 속에는 ‘심판원의 정상참작’이라는 기본전제가 깔려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2001년 8월 9일,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와 보스턴간 경기에서는 3회 말 오클랜드 조니 데이먼의 타구가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다 외야 담장을 맞고 방향이 꺾이며, 마침 그라운드 안에 던져져 있던 1회용 플라스틱 컵 안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 적이 있었다.

타구를 쫓아 달려온 보스턴의 우익수 트로트 닉슨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심판원을 향해 계속 손짓을 해대는 사이, 타자주자는 부리나케 홈까지 달려들어왔지만 이후 2루심이 벌어진 상황을 확인한 후 타자주자 데이먼을 2루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판정한 일도 결국은 심판원의 정상참작에 의한 ‘인정(認定)’이 전제가 되어 취해진 조치였다.

과거 일본식 표현인 ‘entitled two base’ 로 많이 불려왔지만 지금은 ‘ground rule double(구장 규칙에 의한 2루타)’ 이나 ‘automatic double(자동 2루타)’ 등으로 불려지는 인정 2루타 규칙 속에는 원 바운드로 튕겨 외야 담장 안으로 사라진 타구처럼 보이는 현상만으로 충분히 인정 2루타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심판원의 동의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대목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