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一陣·학교폭력조직 또는 그 조직에 속한 학생)을 포함한 폭력학생들은 교사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지난달 서울의 한 고교 교무실. A교사는 3학년 B양에게서 심한 담배 냄새가 나 야단을 쳤다. B양은 "담배 피운 적 없다"고 우겼다.

A교사가 B양을 교무실로 불러 가방을 열어보니 담배 한 갑이 나왔다. A교사가 "이래도 안 피웠다고 우기느냐"고 하자 B양은 "왜 남의 가방을 뒤지느냐"며 주먹을 불끈 쥐고 A교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교사들이 달려들어 A교사와 B양을 떼어놓았다. A교사에게 동료들이 말했다. "선생님, 조심하세요. 쟤 건드렸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시려고…."

학교에서 소문난 '일진'인 B양은 1학년 때부터 자기가 '하인'처럼 부리는 2·3진을 시켜 마음에 안 드는 학생을 왕따시키고, 폭행하고, 물건을 사오라고 시켰다.

교사들도 B양의 악행(惡行)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제지하지 못한다. B양이 중학교 때부터 고교·성인까지 연계된 일진회 소속이라고 소문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아들도 교사보다 B양의 말을 더 잘 듣는 상황이 됐다. 교사들이 문제아들에게 "너 말 안 들으면 B에게 알려야겠다"고 농담처럼 말할 정도다. 이 학교 C교사는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는 게 참 기가 막히면서도, 일진들은 어떤 짓을 할지 몰라서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야산에서 담배 피우는 학생들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의 한 야산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집단 흡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구의 한 고교 학생생활부장 D교사는 작년 일진인 2학년 E군이 2·3진을 시켜 다른 학생 돈을 빼앗고 폭행하는 것을 알고 불러다 야단쳤다. E군이 받아들이지 않고 대들자 화가 난 D교사는 E군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E군은 갑자기 D교사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땅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이후 다른 교사들은 E군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봐도 지적하지 못한다.

경기도의 한 여고 F교사는 학교 왕따 문제를 주도하는 일진 G양이 교실에서 누워서 잠을 자자, "일어나라"고 했다.

하지만 G양은 일어나지 않았다. F교사는 G양을 깨워 "성찰교실로 가서 반성하라"고 했다. G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서면서 "내가 감방에 가더라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교사를 협박했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교사들이 당한 교권침해 사례를 수집한 결과 교사들이 폭력 학생들에게 욕설을 듣는 것은 다반사였다.

지난해 5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은 물통에 물을 담아와 다른 학생들에게 뿌리고 친구들의 책을 강제로 빼앗았다. 공부 시간에 시끄럽게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했다. 교사가 장난감을 빼앗자, "미친 선생님 새끼 연필로 찔러버리겠다" "X 같은 선생님" "부셔버리겠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일진은 '칼'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대구 지역 초등학교 6학년 일진 H군은 시도 때도 없이 다른 학생들을 때린다. 교사가 야단치면 책걸상을 걷어차고 "웬 간섭이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어느 날 교사가 호되게 야단쳤더니 H군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머니 속 물건을 만지작거렸다. 알고 보니 H군은 다른 친구들과 교사를 위협하기 위해 주머니에 항상 커터 칼을 들고 다니고 있었다.

학교폭력예방센터 김건찬 사무총장은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게 되면서 학생 간 폭행뿐 아니라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학교폭력을 조기에 뿌리 뽑지 않으면 학교가 사제간 폭력으로 물들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