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1953년, 소설가 박완서는 서울 소공동의 중국집 아서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호영진)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신부를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부을 기세였고, 그 결혼식을 6㎜ 필름 영사기로 찍었다. 동영상 촬영은 당시로써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 결혼식 필름이 이번에 복원돼 하얀 한복에 베일을 쓴 '새 신부 박완서'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오는 5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리는 '엄마의 말뚝-박완서 일주기전'에서다. 지난 1월 작가의 일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지만, 작가의 유품 등 사생활까지 엿볼 수 있는 전시는 예외적이다.

‘아서원’에서의 결혼식(1953). 머리에 꽃 베일 쓰고 한복 입은 가운데 여인이 신부 박완서다.

우선 작가의 육필 원고로는 '도시의 흉년' 연재 원고 600매를 비롯,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이 있고, 이해인 수녀와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 가족 등에게 보낸 편지 원본도 공개한다. 조각가 이영학의 박완서 청동 두상, 김구림·박제동 화백이 그린 초상화, 김영태 화백의 캐리커처, 사진 60여점 등도 볼 수 있다. 작가가 입었던 옷, 사용하던 장신구, 신혼 초에 쓰던 그릇세트, 정원을 손질하던 가위, 호미, 재봉틀까지 고루 갖춰져 있다. 급히 외출하면서 딸에게 적은 "수제비 반죽을 해 놓았으니 떠먹어라"로 시작하는 메모들, 내복 값도 채 안 되는 것이었지만 작가가 시원하다며 즐겨 입었던 푸른색 인조견 블라우스 등 하나같이 작가의 숨결이 묻어 있는 유품들이다.

4일 오후 4시에는 문학평론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와 작가의 오랜 친구였던 소설가 한말숙씨 강연도 예정돼 있다. 월요일은 휴관 (02) 379-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