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수사국 수사구조개혁단 소속 이지은(여·34) 경감(경찰대 17기). 경찰이 담당 검사를 고소한 ‘밀양 사건’의 피고소인인 박모(38)검사의 경찰 출석을 촉구하며 27일 대구지검 서부지청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이 경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밀양사건’이란 지난 3월 밀양경찰서 소속 정모(30) 경위가 창원지검에 근무하던 박 검사를 부당한 수사 지휘, 폭언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말하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시위 배경인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보다는, 시위를 한 그의 파격적인 옷차림이 인터넷에선 화제가 됐다. 이 경감는 몸에 딱 달라붙는 흰색 미니원피스를 입었는데 치마 길이가 짧아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다. 흰색 하이힐에 선글라스를 쓰고 굵은 진주 귀고리를 착용해 화려한 느낌을 줬다.
이와 관련, 이 경감은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날은 쉬는 날이어서, 휴가 기분도 낼 겸 예쁜 옷을 입고 싶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엘리트급 여경 아가씨 시위&패션 모두 굿!굿!”, “얼짱경찰”이라며 이 경감을 응원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경찰 간부로서 부적절한 의상이다”, “너무 야하다”, “난 이 여자 몸매만 보이더라” 등의 악플도 많았다.
이 경감은 이런 의상 논란에 대해 “시위 이후 인터넷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 (악플에)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조직과 협의 없이)개인 자격으로 하는 시위이기 때문에 경찰 제복을 입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서 서울에서 대구로 시위하러 갔다. 휴가 기분도 낼 겸 놀러 갈 때 입는 예쁜 옷을 골라 입은 것이고 선글라스는 그날 날씨가 아주 좋아 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감은 주위에 걱정을 끼치기 싫어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들에게도 시위에 관해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위가 끝나고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전화가 정말 많이 와있었다”면서 “나중에 직속 상관에게 전화로 설명 해 드렸더니 이해해주셨다. 그래도 월요일에 출근하면 조금 혼이 날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 경감은 경찰대 1학년 때부터 락밴드 ‘푸르뫼’의 리더이자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는 등 활발하고 튀는 성격이었다. 경찰대 졸업 후엔 서울대 사회학과·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범죄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인천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던 2004년엔 동료들과 ‘폴리스 라인’이라는 락밴드를 결성해 공연 수익금으로 관내 불우이웃들을 돕기도 했다.
2005~2006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에서 일한 이 경감은 올 1월 경찰청 수사국 수사구조개혁단 수사제도 연구관으로 부임했다.
때문에 '밀양사건'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경감은 “박 검사를 소환하기 앞서 경찰의 증인신청이 두 번이나 기각됐고 자료요청도 번번이 거부당했다. 박검사의 소환 기한이 남았지만 이번에도 그가 협조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출석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27일 오전 대구지검 서부지청 정문 앞에서 ‘(밀양사건의 피고소인)박모(38) 검사는 경찰 소환 요구에 즉각 응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1시간가량 침묵시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