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고도 몬탈치노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꿈쩍도 않는 육중한 바위 덩어리같은 이 산성 도시가 들썩거리고 있다. 나이 먹은 포도원 농부들의 억센 손과는 달리 그들의 표정은 어린 아이처럼 해맑다.
그 이유는 올해 선보인 세가지 와인 모두가 별 다섯 개의 평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 와인은 2010로쏘 디 몬탈치노, 2007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그리고 2006 리제르바다. 브루넬로 조합의 책임자 스테파노 캄파텔리(Stefano Campatelli)는 “지난 20년간 새로운 빈티지를 출시하면서 세 가지 와인 모두가 최고의 평가를 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토니 블레어, 마돈나, 우디 앨런, 블라디미르 푸틴 등이 애호한다고 알려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뛰어난 숙성력과 풍부한 입맛으로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받는다.
조합은 그 명성을 더욱 강화하려고 해마다 ‘벤베누토 브루넬로’ 행사를 벌인다. 그 중에 이런 코너를 마련했다. 전세계 레스토랑 중에서 몬탈치노 와인을 알린 공로가 큰 곳을 고르는 것인데, 2012년엔 홍콩의 가이아 레스토랑이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레스토랑도 머지 않아 그러한 영예를 차지할 것이다.
몬탈치노에는 와인 여행자들을 지남철처럼 끄는 한 구석이 있다. 높다란 벽면에 다채로운 타일이 박혀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야외 갤러리로 보인다. 여행자들은 그 앞에 서서 자신이 소장한 브루넬로가 과연 별이 몇 개인지를 확인한다. 때로는 안도하고 때로는 한숨 짓고. 벤베누토 브루넬로의 수상 행사는 바로 그 벽 앞에 있는 마을 극장에서 열린다.
행사가 끝나고 밖을 나서면 이미 군중들이 운집해 있다. 여러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고 플래시가 터진다. 곧 ‘올해의 빈티지 기념 타일’을 일반에게 공개한다. 이어서 그 타일을 벽에 심는 일을 진행한다. 매년 타일 디자인은 기라성 같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맡아 왔는데, 올해에는 페라가모가 선정되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구두뿐 아니라 와인도 만드는데, 몬탈치노에도 양조장을 두고 있다.
몬탈치노의 뜻은 '참나무 숲이 울창한 산'이다. 해발 564m 꼭대기에 있는 성은 1361년에 축조되었고, 성 주변에 형성된 촌락은 이곳이 전형적인 토스카나의 산성 마을임을 말해준다. 몬테풀치아노와 마찬가지로 에트루리아 유적들이 군데 군데 남아 있다. 멀리서 마을을 바라보면 동네가 마치 돌로 된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고고학 전공자라면 그 중에 로마시대 이전의 유물도 쉽게 알아볼 것이다. 아주 오래된 예배당에는 그만큼 오래 묵은 프레스코화가 걸려 있다. 기원전 시대의 돌무덤이 누워 있는 고요한 마을 몬탈치노에서도 금요일 저녁이 되면 주민들이 깨어난다. 화려하게 기지개를 키며 중심가로 모여든다. 몇 개 되지 않은 바마다 사람들이 넘쳐나며 비로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느껴진다.
베스트 브루넬로 2007
250여종의 브루넬로 중에서 최고의 품질은 아래와 같다.
포지오 디 소토, 비욘디 산티, 체르바이오나, 수가릴레, 자니 브루넬리, 라 피오리타, 시로 파첸티, 살비오니
최고의 맛? 포지오 디 소토
◇몬탈치노 관광 가이드
☆몬탈치노 가는 방법
비행기를 타고 로마나 피렌체까지 간 다음에, 렌터카를 빌려서 직접 운전해서 가거나 아니면 피렌체-시에나, 시에나-몬탈치노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갈 수 있다.
☆베스트 호텔, 질리오 www.gigliohotel.com
몬탈치노 타운 내에 위치하며 가족 경영의 소규모 호텔이다. 주차는 프런트에서 대신 해 준다. 레스토랑의 와인 메뉴가 수준급이다. 예약은 서둘러야 한다.
☆베스트 파스타, 핀치 알 라구
파스타면의 일종인 핀치는 몬탈치노 밖에서는 피치로 불린다. 핀치는 지극히 토스카나적인 파스타로 면발이 굵고 단면적이 둥글다. 소고기, 돼지고기, 토끼고기 등 여러 고기를 끓여 라구 소스를 만들고, 그 소스를 핀치에 부어 먹는다. 만약 라구가 검은 색이라면 이 파스타는 영락없는 자장면이다. 값은 6-8유로
☆베스트 정육점, A&G
삼남매가 운영하는 정육점으로 토스카나의 육식 행태를 파악할 수 있다. 친절한 소냐 누나가 주로 가게를 돌본다. 티본 스테이크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최고의 수제 파스타면도 판매한다. 돼지 머리고기와 흡사한 소프레사타를 보고는 새우젓을 가져오지 않았음을 후회할 것이다.
☆베스트 레스토랑, 산 조르지오(San Giorgio)
질리오 호텔 코 앞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현지인들이 애용한다. 수제 파스타에다 화덕 피자가 인기 메뉴지만, 그릴에 담아내는 바베큐는 주변 식당에서 볼 수 없는 이 집만의 필살기이다.
☆베스트 향토 제과점, 람바르디(Lambardi)
람바르디 화덕에서는 수제 파스타면을 뽑을 뿐 아니라, 스키차타, 그리씨니 등과 함께 각종 토스카나 과자를 굽는다. 77세 되신 할머니 조반나가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현지인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며 면과 과자를 사간다.
☆베스트 와인바, 오스티초 www.osticcio.it
몬탈치노에서 가장 큰 창문이 달려 있어, 맑은 날 이 곳 창가에서 샴페인을 할 수 있다면 행운이다. 거기다가 샴페인 값도 저렴해서 유럽 와인작가들은 시간만 나면 이곳으로 달려간다. 와인리스트가 몬탈치노에서 전망 만큼이나 최고다.
☆베스트 커피, 카페 알레 로게 디 피앗차 Caffe Alle Logge di Piazza
오며 가며 커피가 생각날 때 들른다. 1유로를 내면 커피와 잔돈이 돌아온다. 초저녁에 와인 한 잔을 시키면 푸짐한 안주가 공짜로 제공된다.
☆베스트 와인 가게, b&d www.dalmazio.com
올드 타운 밖에 위치하지만, 질리오에서 도보로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주차가 편리하다. 브루넬로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가격도 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