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기사를 읽다 보면 '피남(phenom)' 또는 '프러디지(prodigy)'라는 표현을 종종 접하게 된다.
'비범한 사람' 내지는 어떤 분야의 '천재'를 일컫는 단어다. 주로 스포츠 분야의 천재적인 젊은이가 등장했을 때 빠짐없이 쓰이는 표현이다.
과거 마이클 조던이 그랬고 배리 본즈와 타이거 우즈를 거쳐 르브론 제임스와 리오넬 메시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미셸 위(한국명:위성미)도 한때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10대 내지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미 같은 분야의 숱한 베테랑 스타들을 일거에 따돌릴 법한 천재성으로 주목받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위성미처럼 10대 때는 대단했지만 갈수록 퇴보해 지금은 아예 잊혀진 인물로 취급받는 비운의 '피남'도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동료 선수들조차 그 천재성에 혀를 내두른다. 쉽게 말해 경험과 노하우를 무시하는 돌연변이(?)들이다.
UFC 최연소 챔피언이자 괴물로 통하는 존 존스가 지난 주말 애틀랜타에서 앙숙이던 선배 라샤드 에반스를 완벽하게 누르고 죽음의 라이트헤비급 3차 방어에 성공했다.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를 신호탄으로 퀸튼 잭슨, 료토 마치다, 에반스 등이 차례로 침몰했다.
존 존스는 세계격투기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피남'이다. 지난 에반스전에서 드러났듯 그의 경기를 보면 그 놀라운 천재성에 전문가들조차 경탄해마지 않는다.
피남이란 어느 정도 타고 나야 된다는 점에서는 존 존스야말로 축복받은 싸움꾼이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운동능력, 무엇보다 상대를 유린하는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가 발군이어서 그 뛰어나다던 파이터들조차 어떻게 주먹 한번 맞추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번쩍이는 두뇌회전이나 임기응변,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누가 가르쳐준다고 절대 안 될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저마다의 노하우로 중무장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 하나둘씩 처참하게 무너져나가는 꼴을 보면서 다른 어떤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타고난 싸움꾼, 즉 '피남'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존 존스의 나이는 올 7월로 만 25세다. 대개 격투기선수의 전성기가 30세 전후이고 노력여하에 따라 30대 후반까지 롱런할 수 있다고 봤을 때 그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빠르다 못해 일찌감치 체급을 평정했고 앞으로는 그저 오랫동안 군림할 일만 남은 듯 보인다.
사람들은 피남의 등장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한때 '격투황제'로 불리던 표도르 에밀리아넨코의 바통을 이어받을 확실한 피남이 UFC를 넘어 전 세계격투 팬들을 한껏 매료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