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해준 기억이 생생해요. 그땐 공연에만 집중해 정작 한국이란 나라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노래할 때의 터프한 모습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여리고 맑았다.
1970~80년대를 풍미한 영국 출신 팝 스타 보니 타일러(61)가 오는 5월 12~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리오 세이어·맨하탄스와 합동 공연을 갖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1979년 이후 33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미국 LA에서 새 앨범 녹음 중 본지와 전화로 인터뷰한 보니 타일러는 "이번엔 한국의 명소들을 방문해 첫 방한 때의 아쉬움을 풀겠다"고 했다.
1977년 데뷔한 보니 타일러는 강렬하고 허스키한 보컬로 다른 여가수들과 차별화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속도감 있는 피아노 전주와 힘 있는 여성 코러스로 시작하는 '홀딩 아웃 포 어 히어로'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댄스곡의 고전. 20여년 동안 영화와 뮤지컬(풋루즈)·TV 외화시리즈(아이언맨)·애니메이션(슈렉2) 등에 숱하게 삽입돼 젊은 세대들의 귀에도 낯설지 않다. 극적인 노래 전개와 울부짖는 듯 지르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록 발라드 '토탈 이클립스 오브 더 하트' 역시 한국인의 애창 팝송. 이번 공연에서 그는 이 노래들을 포함해 6~7곡을 부를 예정이다.
보니 타일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허스키한 목소리에 대한 뒷얘기를 들려줬다. "원래도 허스키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어요. 1976년 목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됐는데, 두 달 동안 말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걸 너무 좋아해 병원 지시를 어기다 더 허스키해진 거죠. 변한 목소리에 맘고생도 심했지만 돌아보니 바뀐 목소리가 더 매력적이지 않나 싶어요."
"전성기가 그립지 않으냐"고 물으니 "전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열정적으로 공연하며 미국·멕시코·러시아·노르웨이·독일 등등 전 세계 팬들을 만나고 있어요. 뮤지컬에도 몇 편 출연해 박수를 많이 받았지만 내 길은 아닌 것 같고…(웃음)." 그는 "39년을 함께 산 남편과 5명의 형제·자매, 16명의 조카 그리고 100명이 넘는 친구들이 있는 지금이 바로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