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구(舊)도심인 중원·수정구에서 서울을 오가는 차량 운행시간을 10분 줄이기 위해 공사기간 10년이 걸려 1.68㎞ 도로를 새로 만들었다. 도로를 건설하는 데 쓴 예산은 661억원에 이른다.

운행시간 1분을 줄이기 위해 매년 66억원을 쓰면서 168m씩 도로를 만든 셈이다. 첫 계획단계에서 3년으로 잡았던 공사기간은 도로 예정지 옆에 새로 들어선 고등학교와 터널굴착의 안전성을 문제 삼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7년이 더 늘어났다. 공사비는 당초 521억원에서 140억원이 더 들었다.

성남시에 따르면 오는 23일 개통 예정인 '수정구 신흥동 신흥성당 앞~복정동 창곡 교차로'를 잇는 총 길이 1.68㎞(폭 19m·4차선)도로는 지난 2002년 6월 공사가 시작됐다. 당시 성남시는 서울로 향하는 구도심 교통량을 분산할 목적으로 이 도로를 계획해 2005년 6월까지 공사를 모두 마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설 초기부터 도로 공사 구간의 지상을 지나던 지하철 8호선 선로를 횡단하는 문제를 놓고 도시철도공사와 6개월이나 협의를 해야 했다. 협의에 따라 지하철 8호선을 횡단하는 길이 14m·폭 17m 지하차도를 설치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2004년 10월에는 공사 구간 인근에 학교 신설이 결정되면서, 학교 진·출입로를 만들어줘야 했다. 54억원의 예산이 추가돼 1년 2개월 만에 학교 진·출입로 공사를 마쳤지만, 공사 기간은 6개월이나 넘긴 상태였다.

그사이 성남시는 무려 3093억4700만원을 들여 공사 중인 도로와 연결할 '중원구 중앙동 공원터널~수정구 태평동 현충탑' 1.56㎞ 구간 확장 사업을 결정했다. 도로 연결이 결정되자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원래 설계대로 도로의 끝 부분에 해당하는 '영장산 터널'을 완공할 경우 연결부분 도로 경사도가 15%(법적 한도 9%)를 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터널을 기존 437m에서 534m로 97m연장하기로 결정하고, 공사기간을 1년 4개월 추가로 연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터널 연장으로 터널이 발아래로 지나게 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붕괴 위험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성남시는 1년 7개월간 공사를 중단했고, 터널 공법을 기계식 굴착방식에서 진동이 적은 인력식 굴착으로 변경했다. 공사기간은 2년이 더 늘어났고, 공사비 역시 90억원이 추가됐다.

성남시는 이 도로의 개통으로 구도심에서 서울 송파 방면 차량 이동시간이 기존 20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도로의 진입 지점인 성남초등학교에서 도로가 끝나는 창곡 교차로까지의 거리는 2.1㎞다. 기존 '성남초등학교~지하철 8호선 산성역~창곡 교차로'로 이어지는 6차선 도로 2.4㎞와 비교하면 줄어든 거리는 300m에 불과하다. 결국 차량 운행시간 10분에 거리 300m를 줄이기 위해, 성남시는 661억원의 예산과 10년의 세월을 허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