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시달리다 두 딸을 살해, 지난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비정한 엄마' 권모(38)씨는 이른바 '기계교(敎)'라는 기괴한 믿음의 신봉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권씨에게 이러한 믿음을 심어주고 1억여원의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권씨의 친구 양모(33)씨를 구속했다.

권씨는 지난달 초 전북 부안군의 한 모텔에서 7세, 10세의 두 딸을 살해하고 달아났다가 이틀 만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그는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한 횟집 여자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 권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시인하면서 "빚을 많이 져서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14일 전북 부안경찰서에 따르면, 권씨가 빚을 지게 된 원인은 친구 양씨의 꼬드김이었다. 권씨와 양씨는 자녀들의 학부형 모임에서 서로 알게 됐다.

양씨는 권씨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남의 말을 잘 믿는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권씨에게 이른바 '기계교'를 주입했다. '기계교'의 내용은 '기계와 지식이 시키는 대로만 잘 따르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것. 물론 '기계'와 권씨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은 양씨 자신이 맡았다. '기계'의 지령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만 전달됐다.

양씨는 처음에는 '집 앞에 피자를 사다 놓으라'는 등 사소한 지령을 내리다가 나중에는 '지령을 어긴 벌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고, 아이들에 대해 '잠을 재우지 마라' '소풍 보내지 마라' '역에서 노숙하라'는 등 가학적인 대우까지 요구했다.

권씨는 이러한 지령을 모두 따랐고, 빚까지 져가며 2년간 1억4000만원을 '기계'에게 갖다바쳤다. 양씨는 받은 돈을 쇼핑 등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