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토막살해 사건' 수사에서 엉망인 112 신고접수, 늑장 탐문 등으로 비난받고 있는 경찰이 검거 당일 시민으로부터 범행 장소를 꼭 집어 제보받고도 2시간 20여분이나 헤맨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을 280여개로 토막 낸 조선족 출신의 범인이 사건 당시 경찰이 헤매는 동안 현장을 벗어나 토막 시신을 버리고 잠적했다면 자칫 사건이 미궁에 빠질 뻔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최초 제보받은 시간은 2일 오전 9시 30분쯤이었으나, 경기지방경찰청의 중간수사발표 때는 오전 11시로 조작된 사실도 드러났다.
본지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신고자인 홍모(55)씨를 11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범행장소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는 홍씨는 사건 당일 밤 피해자 A씨가 범인 오원춘에게 끌려가는 소리를 들었으며, 다음 날 경찰이 뒤늦게 탐문에 나서자 범행 장소를 제보해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A씨가 오원춘에게 끌려가는 순간은 어땠나?
"1일 밤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였다. 친구 둘이 가게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고, 나는 출입문 쪽에서 소주를 한잔하고 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약간 높은 톤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서 누가 싸우는 줄 알고 나가봤다. 내가 이 동네에서 누가 싸우면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까 아무도 없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나?
"네 발짝 정도 오른쪽으로 걸어갔는데 철문이 '쾅' 하고 닫히더라. 무슨 일인가 싶어 좀 더 다가가 고개를 살짝 철문 쪽으로 숙이는데, 안에서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철문 안쪽이 3층 다세대주택으로 1층의 오원춘 월세방에서 범행이 이뤄졌다). 목소리 속도가 빠르거나 떨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원춘이 사는 방 옆에 부부가 사는데, 그들이 싸우는 줄 알았다."
―가게 문은 언제 닫았는가?
"밤 11시 40분쯤이다. 나는 가게 뒤쪽 방에 들어가 TV를 보다가 밤 12시 30분쯤 잤다."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경찰이 왔었나?
"안 왔다." (경찰은 1일 밤 11시쯤부터 경찰 16명이 현장 수색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고 돌아다녔다면?
"사이렌 울렸으면 얼른 나가봤겠지. 나는 동네에 뭐가 생기면 궁금해서 못 참는 성격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서 그냥 가게로 들어온 거지."
―경찰은 언제 왔나?
"항상 오전 8시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2일은 일이 없어 오전 8시 40분쯤 일어났는데, 오전 9시 30분쯤 누가 가게 문고리를 잡고 세게 흔들더라. 나가보니 경찰이 여자 사진을 보여주며, '이 여자가 실종됐다. 어젯밤 주변에서 싸우는 소리나 떠드는 소리 못 들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밖으로 형사랑 나가서 여자 소리가 났던 철문을 알려주면서, 이 안에서 부부싸움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고 알려줬다. 주변에 있는 CCTV 위치도 알려줬다. 혹시 도망가면 잡으라고." (경찰은 8일 브리핑에서 남녀가 싸웠다는 첩보를 2일 오전 11시에 들었고, 오원춘은 오전 11시 50분에 붙잡았다고 밝혔다.)
―그 이후는 어땠나?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 밖이 시끄러워서 보니까, 경찰들이 왔다갔다하더라. 난 범인이 그때 잡힌 줄 알았다."
―사건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내가 그때 어떻게라도 했으면 A씨가 살 수도 있지 않았겠나. 범인이 잡히고, (A씨의) 가족들이 와 있는데, 너무 미안하더라. 몸무게도 3㎏이나 빠졌다. 우리 집 뒷문으로 나가면 화장실이 있다. 왼쪽으로 살짝 고개만 돌려도 그 집 문이 보인다. 무서워서 밤에 화장실을 못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