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SPA 대전(大戰)’ 중이다. H&M,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를 비롯, ‘에잇세컨즈’가 국내 첫 SPA로 도전장을 던지며 새로운 각축전이 시작된 것. SPA란 디자인·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도맡는 의류 사업 방식이다.

본지 기자들이 채한석·리밍·서정은 등 유명 스타일리스트 3명과 함께 ‘SPA 전쟁’의 중심지 명동을 찾았다. ‘베테랑 옷 전문가’들이 말하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각 브랜드의 장단점.

스타일리스트 프로필

리밍(38·사진 오른쪽)

'바자' 'W' '코스모폴리탄' 등 패션지 화보를 비롯해 '유니클로' '삼성전자' '나이키' '애니콜' 등 다수의 상업 광고 스타일링을 맡았다.

채한석(37·가운데)

영화배우 차승원과 재희 등 남자 연예인의 스타일링을 주로 맡는다. '스타일조선' '보그' 등 패션지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고 있으며 현재 모델 에이전시 레이콤 대표.

서정은(36·왼쪽)

패션지 '바자' 'W' 기자 출신의 스타일리스트. 탤런트 김주혁·이승연의 스타일링을 담당했다. '현대캐피탈' '올레 KT' 등 다수의 TV 광고의 스타일링을 진행.

H&M 제공(왼쪽), 자라 제공(오른쪽)

10·20대 패션놀이터… 매장 동선은 혼잡해

H&M

H&M: 다채로운 아이템 vs 번잡한 쇼핑 분위기

"돈 없는 10·20대 애들이 10만원만 들고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뽑을 수 있는 브랜드예요. 딱 홍대 클럽 갈 때 맞는 느낌의 옷이 많죠."

"얼마 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마르니와 콜라보레이션 했을 때는 사람들이 밤부터 텐트 치고 줄 서고 그랬잖아요. 자기네 이미지를 싼 가격대에 비해 확 상승시키는 특출난 장기가 있는 거죠."

"광고 비주얼은 구찌인데 가격은 2만9900원 이렇게 나오니까(웃음). 사실 H&M의 콜라보레이션은 단가가 평소의 거의 두 배예요. 질은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콜라보레이션도 너무 시즌성을 띠니까 그 시즌이 지나면 사실 다시 손이 안 가는 단점은 있죠."

"개인적으로 실패한 적도 많고 성공한 것도 많은 브랜드가 이거예요. 사실 예전엔 H&M 아우터(점퍼·코트 등 겉옷)는 도저히 입을 수가 없었어요. 먼지가 너무 붙어서. 그런데 요즘에는 좀 나아지고 있더군요. 그래도 여기 옷은 그다지 사고 싶지 않아요. 너무 많은 사람이 나랑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대신 브이넥이나 민소매 셔츠 같은 건 H&M이 꽤 괜찮고 가격도 싸죠."

"기본 티셔츠 너무 늘어나던데요? 브이넥이 나중에 유넥이 되더라고요. H&M은 이 정도로 싼 가격대이니 이 정도 질이 나오는 거죠."

"맞아요. 사람들이 그 옷에 대한 본질(가격과 품질)은 생각 안 하고 무조건 '질이 안 좋네' 이런 소리를 해요. 1만원짜리 밥 먹으면서 호텔 뷔페 식당보다 못하네 어떻네 하는 거랑 똑같은 거죠."

"딴 건 몰라도 바지 치수가 맘에 들어요. 자라는 스몰(small)보다 조금 크게 입어야 하고 미디엄(medium)보다 작게 입어야 해서 어정쩡한데, 여기는 사이즈 36을 입으면 딱 맞는 느낌이거든요."

"매장이 다소 혼잡한 건 불편해요. 옷을 입어보는 피팅룸이 있긴 하지만 워낙 복잡해서 그냥 포기하고 집에 와서 입어본 뒤 바꾸러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매장마다 갖춰놓은 아이템이 다른 건 짜증 나는 부분이에요. 이 매장 갔다가 저 매장 가면 방금 샀던 게 후회되는 식인 거죠."

"그런데 다른 매장에서 남이 못 본 걸 잡아내는 맛이 있던데? '어, 이거 너 어디서 샀어?'라는 질문에 '나 이거 H&M에서 샀어' 하면 '어, 내가 갔을 땐 없었는데!' 이런 반응이 오는 거죠. 매장 직원도 못 찾을 때가 많으니까(웃음)."

●브랜드 개요: 1947년 스웨덴에서 창립. 세계 35개국 2000여개 매장 운영. 2010년 한국 진출. 랑방·마르니 등 콜라보레이션마다 화제.

●쇼핑 특징: 빽빽한 옷걸이 등 다소 혼잡한 구성이 특징. 가격표가 큰 사이즈로 붙어 있어 ‘싼값’을 강조한다. 매일 신제품 입고.

●추천 품목

리밍: 가죽 팔찌, 선글라스, 모자, 귀고리

서정은: 남자 운동화, 바지, 액세서리, 수영복

채한석: 브이넥, 민소매 티셔츠, 라운드 티셔츠, 수영복, 남자 속옷

패셔니스타 20·30대 인기… 남자 라인은 글쎄

자라

자라(ZARA): 품질은 제일 나아 vs 불친절한 매장, 안 맞는 사이즈

채 “패셔니스타를 원하는 여자들에게는 좋은 브랜드죠. 명품은 사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은 가벼운 20~30대 여자들에게 딱 맞아요.”

"대량생산으로 단가를 낮췄으니 일반인도 런웨이의 매력을 좀 경험해라, 이런 거죠."

서 “웬만큼 질 좋고 얌전한 옷들이 많아요. 일명 ‘자크 제이콥스’(마크 제이콥스를 따라 했다는 의미에서)란 말도 하고 어느 옷에서는 셀린느가 보이고 클로에도 보이지만 그런 느낌을 교묘하게 준다는 데서 훌륭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사이즈 스펙이 넓어서(큰 사이즈의 옷·신발이 많아서) 저처럼 체격 있는 여자가 입기에도 좋고요.”

"사실 전 자라에서 옷 안 산 지 7~8년 됐어요. 원래 자라가 남자 라인이 약하다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심해져요. 사이즈도 안 맞고 가죽재킷에서는 냄새가 너무 나고…. 남자들은 전부 다 리폼(수선)해야 돼요. 게다가 코트 같은 경우 자라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옷을 살 필요가 없다는 거죠."

"남자 옷 사이즈 문제는 저도 동의해요. 저희 신랑이 키 171㎝에 95 사이즈를 입는데 이 정도면 대한민국 표준이잖아요. 그런데 자라 남자 옷은 다 길어요. 그렇다고 자라 옷을 몇 만원씩 주고 수선을 할 수 없잖아요?"

"다른 이유도 있어요. 자라 매장 직원은 불친절하기가 전 세계가 다 비슷해요. '이 사이즈 찾아주세요' 하면 '찾아보세요, 그 아래 있잖아요' 이런 식이죠."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50만원 이상 샀을 때 신분증이랑 신용카드 검사를 하더라고요. 매장 측에선 환불이 너무 잦아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선의의 고객이 피해를 본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자라의 문제는 가격이에요. 한국에 들어오면서 너무 비싸졌어요. 게다가 디자인도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의 자라에 가면 예쁜 게 더 많아요."

"물론 자라가 확실히 다른 브랜드보다 질이 낫긴 나아요. 7~8년 전에 산 벨벳 코트를 전 지금도 잘 입으니까. 가방이나 장갑, 아우터(코트·재킷 등 겉옷) 같은 아이템 중에도 살 만한 게 좀 있어요."

"자라의 장점은 세일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맛이 있다는 거예요. 20%, 30%, 50%, 70% 탁탁탁 쳐내려가는 재미가 있죠. 어떨 때는 500원짜리 양말도 있다니까요. 여기저기 상한 데는 많은데, '내가 입다가도 망가지는데 뭐' 이러면서 사는 거죠."

●브랜드 개요: 1975년 스페인에서 창립. 전 세계 79개국 1730여개 매장 운영. 2008년 한국 진출.

●쇼핑 특징: 하얀 벽에 까만 매대 등 시크하고 단순한 매장 구성이 특징. 수시로 신제품 입고.

●추천 품목

리밍: 원피스, 재킷, 가방, 장갑

서정은: 남자 수트, 여자 실크 블라우스, 여자 재킷, 신발

채한석: 신발, 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