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S

주요 활동은 '놀이' 생활 속 수학 원리 체험하며, 재미 찾아

●매스홀릭

10문제 풀이에 한 달여러 방법 토론하며, 해결과정 자체 즐겨

중·고등학교 교과목을 통틀어 수학만큼 성적의 '빈부격차'가 심한 과목도 없다. 수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흥미'를 느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수학 공식을 '외계어'처럼 느끼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허정임(인천 가좌여중) 교사는 최근 석사학위 논문(수학동아리 체험 활동이 수학적 성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성균관대)을 통해 '동아리 활동'을 그 해답으로 제시했다. "학생들 스스로 만들고 조작하는 경험을 통해 수학적 지식을 구조화하면, 수학과 친해지는데 도움이 됩니다. 정규 수업 시간에는 불가능하지만, 소수로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 시간을 이용하면 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수(數)’다.”일산동고‘EINS’회원들은 생활 속 수학 원리를 통해 수학의 즐거움을 배운다.

◇일산동고 'EINS'(Everything Is NumberS)

"저희는 그런 재미없는 거 안 해요."

동아리 활동 시간에 주로 어떤 문제를 다루느냐는 질문에 김찬영(2년·이과)군은 대뜸 고개부터 저었다. 찬영군은 "EINS의 주요 활동은 놀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적 원리를 찾아내 체험 활동을 하다보면 복잡한 수학 공식과는 상관없는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EINS 회원들은 지난해 관내 중학생들을 학교로 초청해 수학·과학 체험활동을 제공한 '과학·수학 체험한마당'을 예로 들었다. 안유미(2년·문과)양은 "매직 큐브 만들기, 베시카 피시스를 활용한 휴대전화 고리 제작하기, 피보나치 꽃잎 만들기, 시어핀스키 피라미드를 활용한 트리 만들기 등의 부스를 운영해 지역 중학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고 자랑했다.

수학 동아리지만 EINS는 유미양과 같은 문과반 학생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만 회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규정도 없다. 강현우(2년·이과)군은 '수학이 너무 힘들어서' 동아리를 찾은 경우. "중학교 때 500명 중 250등쯤 했을만큼 수학이 재미없었어요. 고등학생이 되자 고민이 되더라고요. 수학을 하긴 해야겠고…. 일단 흥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우군의 전략은 적중했다. 월 2회 두시간씩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적 원리를 접하게 되자 두려움이 점차 사라졌고, 공부가 즐거워졌다. 동아리 활동 1년이 지난 현재, 현우군은 전교 5~10등의 수학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송림고‘매스홀릭’의 박기태(왼쪽)군과 배민수군은“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쾌감은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분당 송림고 '매스홀릭'

송림고 수학동아리 '매스홀릭' 회원들은 매월 10여 개의 수학 문제를 놓고 씨름을 한다. 지도교사가 제시해준 문제들을 두고 팀별로 수시로 만나 풀이과정을 고민하는 것이다. 매월 셋째주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각 문제에 대한 서로의 풀이법을 비교하고 토론한다. 교과 과정에 포함된 문제가 아닌, 창의적·논리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다.

박기태(2년·이과)군은 "문제를 받으면 시간 날 때마다 해법을 생각해본다"며 "당장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덤비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풀이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배민수(2년·문과)군은 "한 달이라는 기간은 문제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시험을 위한 수학 공부는 제한 시간 내에 얼마나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가가 중요하잖아요? 압박감 때문에 수학을 즐기기 어려워요. 하지만 동아리 활동은 여유 있게 수학에 접근할 수 있어서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정승기 교사가 동아리 활동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로 꼽는 것은 학생들의 자신감 상승이다. "아이들의 자신감이 무력무럭 솟아납니다. '수학동아리'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소속감에 대한 일종의 엘리트 의식도 있고요. 이런 자신감은 실제로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