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까지는 놀아도 돼요".

이종범의 아내 정정민 씨는 광주 사람이 아니다. 지난 97년 이종범과 결혼하고 16년을 맞이했다. 광주에서만 11년을 살았다. 94년 말 팬과 선수의 만남을 시작으로 3년간 열애했다. 파리 유학 시절 주고 받은 편지만 1000통이 넘었다. 3년간의 열애를 거쳐 97년 11월 결혼했다. 결혼 직후 일본 주니치 입단이 결정됐다.

그녀는 이종범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다. 결혼하고 나서는 눈물 흘릴 일도 많았다. 외롭고 힘겨웠던 일본생활과 국내복귀 결심, KIA에서의 새로운 삶, 부진과 은퇴위기에 몰렸던 2006년. 2009년 우승 당시의 눈물. 그리고 갑작스러운 은퇴까지 파란만장했던 남편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그 사이 아들 정후(야구선수) 군과 딸 가연 양이 중학생이 되었다.

그녀는 이종범의 은퇴에 대해 가족의 마음을 전했다. "너무 아쉬워요. 은퇴한다고 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2군에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듣고 은퇴를 결정했나봐요. 아빠가 갑자기 은퇴했다고 말을 전하니 아들이 눈물을 흘렸어요. 아들도 아빠의 은퇴가 아쉽고 충격적이었나봐요"라며 아쉬움을 밝혔다

그녀는 야구천재의 아내가 된 뒤 고생도 많았다. 화려한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남편을 지켜보았다. 힘겨워하는 남편과 함께 부둥켜안고 함께 울기도 했다. "일본에서 살때는 원형 탈모증이 생길 정도였는데 여러 가지로 오빠가 힘들어 했어요"라고 기억했다.

얼마 전 서울에 살 집을 계약했다. 예술중학교에 진학한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서는 서울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집을 마련하는 과정에 이종범은 "어째서 집 계약할 때 계약서를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 서울은 그런가"라고 말을 했다가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이 정도로 오빠가 야구만 해서 세상을 잘 몰라요"라고 한숨이 가득하다. 아직 아내에게 남편 이종범은 강가에 내놓는 아이같은 모양이다.

옆에서 말을 듣던 이종범은 "그동안 고생 많았네"하면서 아내와 술잔을 부딪쳤다. "나 때문에 와이프가 많이 고생했어요. 나는 야구하고 사람들 만나느라 밖으로만 나돌고 애들은 모두 와이프가 키운 셈이죠. 이게 많이 미안해요". 막상 은퇴를 하니 옆에서 자신을 밀어주고 애들을 키워준 와이프가 가장 고마웠나 보다.

정정민 씨는 아빠 이종범도 이야기했다. "아들이 야구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어요. 미국 캠프에 있을 때인데 그때 직접 스윙을 보더니 전화로 코치를 해주더라고요. 야구하느라 아들에게 잘 신경을 많이 못쓰는 편인데 그때는 아빠 같더라구요. 아들이 서울 학교로 전학 가면 (규정 때문에)1년 동안 뛰지 못하는데 이제는 아빠가 잘 코치하겠죠"라고 아빠의 역할에 기대했다.

은퇴 이후에 대한 계획은 무엇일까.  그녀는 "일단 좀 쉬었으면 해요. 지금까지 야구만 해오느라 고생 많이 했잖아요. 그러나 2년이 지나면 (노는 것은) 절대 안 돼요. 지도자로 뭔가를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종범은 해외연수를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절대 야구를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족은 서울에 놔두고 혼자 외국에서 시간을 보낼 것고 아내 정정민 씨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아이들을 키우는 데 열성일 것이다.

정정민 씨는 결혼이 16년째가 되고 아들과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도 남편을 부를 때 오빠라고 말한다. 좀 닭살스럽다고 말하자 "아니에요! 저에게는 아직도 오빠예요"라고 웃는다. 사랑스러운지 아내를 바라보는 이종범의 눈길에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다. 그녀는 야구인 이종범의 아내이지만 영원한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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