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배우다. 고혹적인 얼굴과 몸매. 아찔하게 빨려들어갈 듯한 뇌쇄적인 눈빛을 지닌 그는 하지만 자신의 최고 장점을 '무던함'으로 꼽으며 빨리 2세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 '간기남'의 연출을 맡은 김형준 감독이 "무표정하게 있으면 굉장히 차가워 보이지만, 막상 말을 하면 아이같은 순수함에 놀란다"라고 '반전의 매력'을 평한 것처럼, 도시적인 외모 뒤에 여러 다양한 얼굴이 있다.
이는 영화 '간기남'(김형준 감독, 4월 11일 개봉)에서도 마찬가지다. 극중 박시연이 분한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미망인 수진은 팜므파탈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인 톤의 인물은 아니다. "한 가지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서 좋았어요.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기 힘들잖아요. 수진 안의 여러 모습들, 팜므파탈이면서도 순수하고 미스터리한 여러 모습들이 영화 안에서 다 보여지기에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간 밝은 성격의 캐릭터를 맡은 적이 별로 없어서 막연히 밝은 역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하지만 어떤 역을 하고 싶다, 라고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캐릭터를 가려가며 고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게 들어오고 선택한 시나리오에 올인하는 편"이라며 "뭘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또 들어오는 건 또 아니니까"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해 대화를 나눠보면 순수한 소녀같은 목소리와 말투가 예쁘다. 보여지는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말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보시다가 저를 실제로 만나면 의외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아예 직접 감독님들을 좀 찾아가볼까해요. 하하."
이번 캐릭터를 위해 촬영 전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여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감독님이 영화 각색하실 때도 여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친한 정신과 의사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뭔가 감이 오거나 드라마에서 봤어야 하는데, 트라우마를 겪는 여자의 심리를 잘 몰라서 그 의사 선생님께 많이 물었죠. 단순히 불륜녀만 되도 '아 이렇겠지, 그렇지 않을까?' 라고 상상하겠는데, 이런 비슷한 심리나 상황을 겪는 인물이 주위에 없잖아요. '이럴 때는 이럴 것이다'라고 그 감정이 추측이 안 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께서 여러 얘기를 통해 심리를 쌓아주셨죠. 연기에 베이스를 많이 주셨어요.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박시연의 섹시함이 빛을 발한다. 섹시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그 이미지가 강하다는 말에 그는 "제 작품들을 보면 사실 그런 모습이 많이 있었던 게 아닌데, 영화 '마린 보이'와 화보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화보에서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화보의 이미지가 센 것 같아요"라며 "기분 좋은 칭찬이죠"라고 말했다.
덧붙여 하늘하늘 청순한 이미지의 여배우들이 간혹 부럽지는 않냐는 질문에는 "당연하죠! 원래 내가 없는 게 항상 부럽고 그렇잖아요"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박시연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무던함'으로 꼽았다. 누군가와 특별히 싸워 본 기억이 없다. "그냥 성격이 무던해요. 까칠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냥 그 사람 성향이구나, 라고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이는 가정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애시절부터 남편과 크게 싸워본 적이 없다고. "정말 화가 나고 짜증나면 '왜 그랬어'라고 묻고 대화하고 끝나요. 굳이 싸울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성격으로 많은 감독들에게도 사랑받는 그녀다. 곽경택, 류승완 등 감독들과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다. "하도 남자들 틈에서 생활 하다보니 감독님들이 저를 남동생으로 보더라고요. 하하."
최근 열린 '간기남' 미디어데이에서 '2세 계획' 같은 것은 아예 세우지 않는다고 말해 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 그다. "아이를 정말 좋아해서, 빨리 많이 낳고 싶다"라는 박시연의 말에 "의외다. 놀랍다"라는 반응이 이어지자 "그게 왜 이상하죠? 제 나이도 있잖아요"라며 정말(?) 궁금한 듯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에서도 이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은 여배우.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일에는 소홀해지지 않을까"라고 묻자 박시연은 "일도 중요한 저의 모습이지만, 여자로서 아내로서 가정에서의 모습도 버리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일 때문에 피해가 갈까봐 가정 생활을 포기하는 것,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절충선이 있어야 겠죠. 개인적인 삶도 중요하니까요. 저도 가정 생활에 충실하며 엄마가 되고 싶으면서도 외모적으로는 결혼 전 이미지도 갖고 싶죠. 너무 큰 욕심일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