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전국 고3 학생들이 첫 모의고사를 치렀다. '고3 첫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이란 말은 과장이지만 여전히 많은 수험생이 첫 모의고사 성적만 믿고 공부를 소홀히하거나, 반대로 좌절해 포기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고3 성적은 뭐니 뭐니 해도 오는 11월 8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완성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실제 수능 전까진 성적이 오르락내리락해도 상관없다"며 "큰 줄기로 짠 연간 계획에 따라 흔들림 없이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3 수험생을 위한 시기별 공부 로드맵을 소개한다.
◇3월 모의고사~1학기 중간고사
3월 모의고사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학생은 이 시기에 자신감을 잃고 흔들리기 쉽다. 모의고사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따라서 3월 모의고사 오답을 분석할 땐 '한 번 틀린 문제 유형과 내용을 또다시 틀리진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대부분의 고교는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중간고사를 치른다. 최근 대입 수시 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는 내신 성적. 따라서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을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주석훈 인천 하늘고 교감은 "고3 학교 시험은 대개 수능형으로 출제되므로 '중간고사 공부가 곧 수능 공부'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학기 중간고사 직후면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로 대학에 가겠다'가 되는 학생이 많아요. 그러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선 다시 '수시로 가야겠다'며 돌아서죠. 시험을 하나씩 치를 때마다 흔들리기보다는 '수시와 정시 모두를 붙잡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수시 지원 전략의 큰 틀도 이때 짜야 한다. 2학년 때 성적과 3월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원할 만한 대학을 일고여덟 개로 추리는 것이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전략연구실장은 "지원 대학을 대략 결정해야 대학별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논술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학기 중간고사~6월 평가원 모의고사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이하 '6월 모평')는 올해 수능 출제 수준, EBS 연계 방식, 새로운 유형 등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재수생이 참여하는 첫 시험이므로 자신의 정확한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신동원 서울 휘문고 교사는 "6월 모평 성적을 기준으로 8월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어떤 대학에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간고사부터 6월 모평까진 한 달 정도의 여유가 있으므로 최근 3년간의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게 좋다. 6월 모평 출제범위에 해당하는 EBS '수능특강' 교재도 반드시 풀어본다.
매년 6월이면 많은 수험생이 슬럼프를 겪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3·6월 모의고사와 중간고사 성적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진 학생이라면 슬럼프의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신동원 교사는 "슬럼프를 이기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찾거나 가족·친구 등 주변인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며 "슬럼프일수록 공부계획을 촘촘히 세워 딴생각을 떨쳐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형주 인천 하늘고 교사 역시 "6월 모평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취약 부분을 찾아 보강하고, 신유형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1학기 기말고사
6월 모평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수시 준비에 돌입한다. 8월 16일부터 수시 입학사정관제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때문.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제출 서류, 포트폴리오 등은 미리 준비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자기소개서 작성에만도 1주일 이상이 걸리므로 수시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서류 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기말고사도 이 즈음부터 준비해야 한다. 수시모집에선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되므로 기말고사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학교 수업과 내신 공부는 논술에 대비해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학교 수업과 내신 공부가 수능·논술 대비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므로 결코 소홀히해선 안 된다. 실제로 일부 대학의 경우, 정시모집에서 내신 영향력이 제법 크다.
◇기말고사~9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 시기는 영역별 약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많은 수험생이 ‘여름방학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가 주 5일제 수업을 도입하면서 방학을 1주일 남짓 줄였기 때문. 따라서 이 시기에 6월 모평에서 드러난 약점을 중심으로 공부 계획을 꼼꼼히 세워 시간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이하 ‘9월 모평’)는 실제 수능과 문제 유형이나 난이도, 과목별 평균 등이 거의 일치한다. 주석훈 교감은 “9월 모평에선 모르고 맞힌 문제, 알면서도 틀린 문제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르고도 맞힌 문제는 실제 수능에선 틀릴 가능성이 커요. 반대로 알고도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곰곰이 곱씹으면서 확인해야죠. 아주 기본적인 문제를 틀렸다면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 기본 개념을 확실히 공부하지 않았거나 헷갈렸을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확인해 실제 수능에선 실수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무렵이 되면 대부분의 학교가 탐구영역 과목 진도를 마친다. 탐구영역 개념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학생이라면 이때를 전후해 EBS 인터넷강의로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 시기에 출간되는 수능 연계교재 EBS ‘수능완성’ 공부 계획도 세워야 한다. 신동원 교사는 “수시 대학별 고사가 실시되는 9월 20일 이후부터는 공부할 시간이 없으므로 이 시기를 놓치면 사실상 성적을 올릴 기회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수능
이형주 교사는 “이 시기에 새로운 공부 계획을 세우는 건 오히려 독(毒)”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해온 습관대로 오답노트와 기출문제, 그동안 풀었던 EBS 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자. 최종 마무리는 자주 보던 교과서로 하는 게 좋다. 주석훈 교감은 “수능 준비를 문제 풀이로 끝내면 각 과목의 전체 윤곽을 그리기 어렵지만 교과서를 정독하면 기본 지식이나 개념, 전체적 흐름이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