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기자 icdi@chosun.
트로트 '꽃을 든 남자', '꽃잎 사랑' 등을 부른 인기가수 최석준(51)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을 사칭한 사기 조직단에게 3억6500만원을 뜯긴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2010년 9월 투자처를 찾던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처분하여 수익금을 주겠다"는 박모(57)씨 등 3명의 속임수에 넘어가 4차례에 걸쳐 모두 3억6500만원을 건넸다.

박씨 일당은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행세하며 "지하창고에 박 전 대통령이 숨겨둔 수조원대의 금괴, 구권화폐, 일본채권 등이 있는데 팔아서 130억원을 주겠다. 대신 창고 문을 열려면 수수료가 필요하니 선불금을 달라"면서 최씨로부터 1년간 4차례에 걸쳐 3억6500만원을 받아챙겼다.

이들은 최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위조한 5000억엔짜리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발행 채권 2장(한화 14조원 상당)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괴와 달러 등이 쌓여 있는 사진을 보여주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자액을 돌려받지 못한 최씨가 돈을 달라고 독촉하자, "만약 신고하면 가족을 몰살하고 외국 여행 시 사고사를 가장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일당은 같은 수법으로 2006년 초부터 전국을 돌며 7명에게서 모두 22억8000만원을 뜯어냈다. 2006년과 2008년에는 미술품과 골동품 등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박씨의 오피스텔에서 한화 2조4000억원에 해당하는 위조 달러 20다발과 5000억엔짜리 일본 채권 2장, 위폐 감별기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후에 더 큰 조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강동경찰서는 이런 혐의로 자금관리책인 박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장모(48)씨와 유모(45)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