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일 수진이의 일기
제목: 샌드위치와 분수
2교시 때 선생님께서 가져오라고 하신 샌드위치로 분수에 대해 배웠다. 선생님은 샌드위치를 네 조각으로 똑같이 나눈 후 그 중 하나를 친구와 나눠 먹으라고 하셨다. 난 한 조각을 다시 2등분해 친구와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선생님은 "남아 있는 샌드위치는 전체를 4등분한 것 중 세 조각이니까 4분의 3(3/4)이 되고, 둘이서 나눠 먹은 한 조각은 4분의 1(1/4)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분수 공부를 이렇게 하니 머리에 더 잘 들어왔다. 앞으로 분수 공부는 입으로 쏙쏙 배우면 더 잘될 것 같다.
위 글은 초등 2년생 어린이가 쓴 ‘수학일기’다. 수학일기는 정해진 형식 없이 수학에 대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기록하는 글이다. 주요 소재는 수업 경험이나 기타 생각 등. 형식도 작성자가 편한 대로 정하면 된다. 수학일기는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란 점에서 효과적이다. 수학일기 쓰기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초등 3학년 전후다. 단, 처음부터 분량에 신경 쓰기보다 가볍게 시작한 후 점차 길게 쓰는 연습을 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점이 좋아요
①오답노트 기능은 덤
그날 배운 수학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일기를 쓰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복습이다. 특히 중요한 수학 용어나 계산법을 배운 날 일기에서 해당 원리를 정리하면 요점 정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수업 시간에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과정을 일기에 쓰면 그 자체로 '수학 오답노트'가 된다.
②실생활 적용도 O.K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과 연결 짓는 내용으로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초등 4년생 때 '마름모는 마름(마름과의 한해살이풀) 잎과 비슷하게 생겨 붙여진 이름'이란 사실을 배웠다면 실제로 연못가에서 마름을 찾아본 후 일기장에 잎 모양을 그리고 체험 내용을 정리하는 식이다.
③수학과 가까워지기
유명 수학자, 수학의 역사, 수학 기호의 유래 등 수학 관련 얘기들을 수집해 일기로 묶으면 훌륭한 ‘나만의 수학 문집’이 완성된다. 수학 자체는 물론, 수학을 둘러싼 다양한 뒷얘기를 문집으로 정리하다 보면 수학을 ‘어렵고 복잡한 과목’이 아니라 ‘편한 친구’로 여기게 된다.
이렇게 시작해보자
①쓰는 이유부터 알게 할 것
자녀가 '그냥 일기도 쓰기 싫은데 수학일기까지…'라고 생각하게 해선 곤란하다. '수학일기를 쓰면 수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을 저장할 수 있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자.
②주제는 오늘 배운 것부터
첫 며칠은 그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쉽고 간단하게 쓰게 한다. 그러다 점차 익숙해지면 생활에서 발견한 수학적 내용, 수학 관련 뉴스, 읽을거리 등 조금 더 깊이 있는 주제로 확장시켜간다.
③'나만의 생각' 녹여내야
틀린 문제 풀이법을 일기로 쓸 경우, 단순히 풀이 과정만 쓰지 말고 해당 문제를 풀 때의 작성자 소감(예: ' 이 부분에서 틀렸으니 다음엔 실수하지 말자')을 곁들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④별도 노트는 없어도 무방
일기 쓰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수학일기 작성은 당연히 어렵게 느껴진다. 이 경우, 평소 쓰던 일기에 수학적 내용을 조금씩 포함시키도록 지도해보자. 간단한 문제와 풀이 쓰기, 숫자로 다양한 표현하기 등과 같이 쉬운 활동부터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