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전화번호부 책을 보기가 어렵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화번호부 서비스가 늘어나고 광고마저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부는 1966년부터 발간됐다. 당시 한국통신(현 KT)이 발행을 맡았다. 사실상의 독점 체제였다. 전화번호부 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긴 건 1997년. 한국통신이 민영화면서 한국전화번호부가 독립 법인으로 분리돼 나왔고 이후 다른 민간 업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현재 지방까지 포함해 한국전화번호부, 케이티엔 등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30~40개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실제 책의 형태로 전화번호부를 발간하는 곳은 7~8곳 정도. 나머지는 모두 인터넷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전화번호부 발행량은 계속 줄고 있다. 기존 사용자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전화번호부로 옮겨가고 있고, 전화번호부로 들어오던 광고 물량도 인터넷 등 다른 매체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로 인쇄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광고가 줄자 발행 부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500만부 정도가 발간됐다면 지금은 절반도 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전화번호부 업체에선 전화번호부와 연계한 홈페이지 제작, 스마트폰용 전화번호부 앱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CD형태의 전화번호부도 발간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회사인 한국전화번호부의 경우 경영환경 악화로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기도 했고 2009년 이후 부채가 자산을 넘어선 상태다.

2008년부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가 수록된 '인명부'편 발간도 중지됐다. 통신사 간 인명부를 이용한 고객 빼가기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수년 전 단종된 인명부가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건물 방수 작업을 하는 김모(32)씨는 "전화 마케팅을 위해 수소문한 끝에 2달만에 전화번호부 인명편을 20만원에 구했다"며 "전화번호부 인명편의 경우 20~3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