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31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 불교의 중흥조 경허(鏡虛·1846∼1912)선사 열반 100주년 기념 선서화전'에 전시될 경허 스님의 친필 두 점. 충남 청양 당곡사에 보낸 '무이당(無二堂)' 편액, 심우도 6곡 병풍이다. 경허스님의 남아있는 친필은 전국을 통틀어 10점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 불교의 중흥조 경허(鏡虛·1849∼1912) 선사는 소와 인연이 깊었다. 그의 원래 법명은 ‘깨달은 소’라는 뜻의 ‘성우(惺牛)’였다. 또 그는 1879년 31세 때 “중이 중노릇 잘 못해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돼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이 말은 ‘무비공(無鼻孔)’이라는 유명한 화두가 됐다.

오는 26~31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갤러리에서 열리는 ‘경허선사 열반 100주년 기념 선서화(禪書畵)전’에도 그가 남긴 심우도(尋牛圖) 6곡 병풍 친필이 전시된다. 심우도는 수행의 여러 단계를 동자나 스님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묘사한 불화다. 이번 전시를 주최하는 예산 수덕사의 박물관장 정암 스님은 “심우도 병풍은 함께 전시될 청양 당곡사 무이당(無二堂) 편액 글씨와 함께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경허 스님의 친필”이라고 했다.

경허 스님은 조선의 500년 억불정책으로 근근히 숨만 붙어 있던 한국 선불교를 다시 크게 일으켜 세운 인물이었다. 경율론(經律論)과 유불선(儒佛仙)에 두루 통달했고, 전국의 사찰을 쉼없이 돌면서 대중들을 지도했다.

‘삼월(三月)’로 불린 수제자 혜월(慧月·1861~1937), 수월(水月·1855~1928), 만공(滿空·1871~1946)을 비롯해 수많은 근대불교의 선지식을 키워낸 이도 그다. 경허 스님의 법맥은 ‘남(南) 진제 북(北) 송담’으로 불리는 현재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 두 사람에게도 이어졌다. 차기 종정 진제 스님은 혜월, 인천 용화선원장 송담 스님은 만공의 법을 이었다.

경허 스님은 일화도 많다. 계율 엄격하기로 이름난 송광사 법상에 올라 태연히 돼지고기를 뜯으며 술을 마셨다는 얘기가 전할 만큼 승(僧)속(俗)에 얽매이지 않는 무애행(無碍行)도 이름 높았다. 바위 위에 좌선하는 스님 앞에 호랑이들이 찾아와 무릎 꿇었고, 스님이 눈을 뜨고 '다들 물러가라'고 하자 그제야 사라졌다는 얘기도 전한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제자 만공 스님의 경허선사 법문 10곡 병풍을 비롯해 경봉, 탄허, 구하, 숭산, 서옹, 월하, 원담 등 고승(高僧)들의 선기(禪氣) 넘치는 친필과 다양한 선화(禪?), 불상 조각 등도 만날 수 있다. 경허 스님의 법손인 차기 종정 진제 스님의 친필 휘호,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과 무형문화재 118호 불화장(佛?匠) 석정 스님의 글씨와 그림 등도 함께 전시된다. (02)2198-5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