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1부리그 FC 바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박주호(25, 한국)와 박광룡(20, 북한). 비록 정치적으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축구를 통해 하나로 묶인 그들은 바젤에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자 형, 동생 사이였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13일(한국시간) 특별 칼럼에서 스위스 명문 FC 바젤에서 함께 뛰고 있는 한국인 수비수 박주호와 북한의 장신(188cm) 공격수 박광룡을 집중 조명했다.
‘코리아 유나이티드 FC'라 제목으로 게재된 이 칼럼에서 바젤의 팀 동료들과 하이코 포겔 감독은 선수단이 버스로 이동할 시 박주호와 박광룡이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함께 같은 음악을 듣는다고 설명하며 둘의 친분을 소개했다. 특히 나이지리아 출신의 은남디 아가냐 코치는 코리안 듀오에 대해 “둘은 정말, 정말 친하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그들은 서로의 나라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박주호를 만난 이 기자는 박주호가 먼저 “박광룡과 함께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야 하는가”라고 말하며 “(박)광룡이는 지금 바젤의 집에 있다. 날씨도 춥고 이미 어두워졌다”며 차라리 한국의 힙합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박주호는 박광룡과 관계에 대해 “사람들은 우리 둘의 관계를 항상 묻는다. 그러나 내가 하는 대답은 항상 똑같다. 민감한 문제이기에 이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둘 사이에는 어떤 문제가 없다. 하나의 축구 팀에 있고 서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 이전에 우리는 가까운 친구 사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칼럼은 19세에 북한을 떠나 외국에서 뛰고 있는 박광룡에 대해서도 그 나이 또래에 맞는 활발하고 수다스러운 친구라며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이 칼럼은 북한 당국의 미디어에 대한 통제로 모든 것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박광룡이 영어를 매우 잘 하고 셰익스피어부터 세계 역사까지 독서를 즐기는 영특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또한 다소 폐쇄적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박광룡은 매우 수다스러울 뿐만 아니라 아이폰을 통해 여러 나라 언어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업데이트하는 등 오픈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이 기자는 박광룡의 영어 실력이 박주호보다 더 뛰어나다며 구단의 배려로 최근 한국인 여성 과외 교사를 구한 박주호의 영어가 급성장하기를 바란다는 사족까지 달았).
한편 박광룡이 FC 바젤에서 뛰는 데 가교 역할을 한 축구 선수 출신 사업가 칼 메서리는 “박광룡의 연봉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선 스위스 사람들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면서도 “북한이라고 해서 많은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의 박주호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어리석은 정치가들의 논리이다. 오늘날 축구는 그 어떤 경계선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과 북한 사이의 벽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메서리는 지난해 박광룡을 비롯해 4명의 북한 선수를 중립국인 스위스에 진출시킨 데 이어 올해에도 다시 4명의 선수를 더 데려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칼럼은 지난해 6월 말 프리 시즌 동안 독일에서 가진 친선 경기에서 박광룡이 4골을 넣은 가운데 마지막 4번째 골은 박주호의 도움을 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는 마지막 4번째 골이 터진 이후 두 선수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고 설명, 정치적 이념을 넘어 축구로 인해 하나가 된 ‘박 브라더스’의 모습을 소개했다.
FC 바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