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4)은 지난달 런던 서부의 시민회관에서 7세 연상의 신부와 결혼식을 올렸다. 작곡가 진은숙,첼리스트 양성원 등이 참석해서 음악계의 행사가 됐지만, 정작 김선욱은 "신부는 평범한 분이다. 되도록 보호해주고 싶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새신랑' 김선욱이 베토벤(1770~ 1827)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회로 '성인 신고식'을 치른다. 오는 29일부터 내년까지 8차례에 걸쳐서 작품 번호 순서대로 전곡을 연주하는 것.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과 브람스 같은 고전적 작품에 매진했던 그의 행보에 비추어볼 때 "페달과 구조, 음색과 셈여림 등 모든 것에서 피아노의 기본으로 되돌아가는 것"(김선욱)과도 같다.

이달 말부터 2년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에 들어가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지난달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새신랑’이다.

2003년 15세 때 금호아트홀에서 가졌던 첫 독주회부터, 2006년 리즈국제 콩쿠르 1위 입상 당시까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들은 마치 '행운의 부적'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김선욱은 "기회가 날 때마다 독주회에 베토벤의 소나타를 한 곡씩은 집어넣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령으로 볼 때, 김선욱은 베토벤이 피아노 소나타 1번을 발표했을 당시와 동갑이다. 아직 작곡가 중후기의 원숙함이나 완성도에 미칠 만한 나이에는 도달하지 않은 것이다. 이 부담에 대해 김선욱은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청년 시절부터 말년까지 작곡가의 음악적 핵심이 모두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한 편의 대하드라마나 장편 영화와도 같다. 30~40년 뒤에는 후기 소나타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지겠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지금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전곡 연주회가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는 포부가 숨어 있다. 지난달 그가 아내라는 '삶의 반려자'를 얻었다면, 이달 말부터 시작하는 베토벤 독주회는 '음악의 동반자'가 될 것만 같다.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LG아트센터, 3월29일, 6월21일, 9월6일, 11월8일, 2013년 4월18일, 6월20일, 9월14일, 11월21일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