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저게 재미있냐?" "아빠는 재미없어요?" "글쎄…."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용운(59)씨는 최근 초등학생 아들과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 리그'의 '아메리카노'라는 코너를 보던 중이었다. 개그우먼 안영미가 "간디 작살!"이라고 외칠 때마다 아들은 "웃겨 죽겠다"며 배꼽을 잡았지만, 양씨는 멍하니 허공만 쳐다봤다고 했다. "제가 나이가 든 겁니까, 요즘 개그가 난해한 겁니까?"

개그 프로그램도 갈수록 세분화하는 시대. 10~20대가 주로 공감할 수 있는 '신세대 전용' 개그가 나오는가 하면, 30대는 넘어야 웃을 수 있는 시사 개그나 추억 속 개그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웃음에도 '연령별·성별 격차'가 생기고 있다는 뜻으로, '개그 디바이드(divide)'라고 부른다.

KBS '개그콘서트'가 새롭게 선보인 '꺾기도'는 세대별로 공감하는 정도가 다른 대표적인 코너. 개그맨들은 이 코너에서 뜻 없는 말장난으로 관객을 웃긴다. "고맙습니다람쥐!"(고맙습니다+다람쥐) "별말씀을요플레"(별말씀을+요플레) "하지마~보이!"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십니까~불이!"(제가~+까불이)처럼 끝말 이어가기 식으로 말장난을 하는 것. 방송이 나가면 시청자 게시판에는 "중독성이 있어서 자다가도 따라 하게 된다"(시청자 김**)는 의견과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시청자 황**)는 정반대 반응이 함께 올라온다. 포털 검색 사이트에 '꺾기도'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꺾기도 재미없다'와 '꺾기도 재미있다'가 함께 뜰 정도. 개그맨 김준호씨는 "10~20대는 대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50~60대 시청자는 갸우뚱하기도 하더라"고 했다.

tvN '코미디 빅 리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이또'는 게임 중독 폐인이 등장하는 코너다. "완전 조으다. 시프트 66이야" "완전 시루뎀"(완전 싫다) "뭐야, 너 (일본만화) 덕후잖아!"(너 일본 만화 마니아잖아) 같은 대사를 이해하는 연령층은 열광하지만, 일부 시청자는 "도대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하기도 한다. MBC '웃고 또 웃고'의 '나는 하수다'란 코너 역시 20~30대에겐 인기지만, 10대나 50대 시청자 사이에선 "이게 웃긴 거냐?"란 반응도 있다고 한다. 한 PD는 "시사 뉴스 흐름을 읽고 있는 시청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코너이다 보니, 전 연령층에게 인기를 얻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KBS '개그콘서트' 속 '위대한 유산'에서 황현희는 개그를 시작하기 전 아예 푯말을 준비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84년생 이상만 공감 가능' '70학번만 이해 가능' 같은 식이다. 문화평론가 이원영씨는 "일부 연령층만 이해하는 내용을 소재로 삼거나 우리말을 파괴하는 인터넷 용어가 난무하는 코미디가 계속 나올수록 세대 간 소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