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대생이 중증 장애인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둘은 부부도 연인도 아니다. 이 여대생은 중증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풀어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이른바 '성(性)도우미'를 다룬 영화 '섹스 볼란티어'(2009)의 내용이다. 하지만 성도우미는 이제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상에는 성도우미와 장애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카페만 4~5개에 이른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S카페는 11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장애인들과 성도우미 지원자들이 각각 '성도우미를 구한다', '성도우미를 하겠다'고 글을 올리고 연락처를 남기면 비밀리에 만남을 가지는 방식이다. 카페 관리자들은 성도우미를 "타인의 도움 없이는 부부관계를 갖기 힘든 장애인들을 돕는 인권활동"으로 소개한다. 이들은 "네덜란드·독일 등 일부 국가에선 성도우미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성도우미’를 다룬 영화‘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

지체장애 1급인 이모(여·44)씨는 이 카페를 통해 성도우미로 나선 남성과 수차례 만났다. 그는 "인간에게 성욕은 자연스러운 욕구인데, 장애가 심한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성봉사자와의 만남을 통해 성적인 도움뿐 아니라 서로 정서적인 교감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뤄지는 '성봉사'가 성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에 사는 박모(35)씨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카페를 통해 만난 남성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야한 동영상을 구해주거나 자위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박씨는 "신체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처럼 인터넷으로 성적 욕망을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그런 방법조차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페 관리자가 설명하는 성도우미 취지와는 달리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성도우미 카페 회원의 90% 이상은 비장애인 남성이다. 지체장애인 윤모(29)씨는 "성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여성 지원자는 봉사자 20명 중 1명 정도고 대부분 남성지원자"라고 했다. 이들 남성 중 상당수는 '다른' 목적으로 성도우미에 지원한다는 것. 여성 장애인 J씨는 "순수한 봉사 목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성도우미도 있었지만, 많은 수가 장애가 있는 여성에 대한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했다"며 울먹였다.

성매매로 변질된 경우도 있다. J씨는 "(남성 성도우미가) 만남을 가진 후 갑자기 돈을 요구해 카페 운영진 측에 (그 남성의) 게시판 글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 장애인이 남성 성도우미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북에 사는 정신지체장애인 김모(31)씨는 "학교 동창인 여성 장애인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남자 봉사자를 만났는데, 남자가 자신의 변태적 성욕을 채우기 위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성관계를 해 우울증을 앓다 결국 자살을 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성도우미가 인터넷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며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달리 성적 욕구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중증 장애인들은 성도우미 카페를 찾게 된다. 한 여론조사에서 장애인 응답자의 60%가 "성도우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장애인 성교육·상담 단체인 '장애인 푸른아우성' 조윤경 대표는 "중증 장애인들은 이성과 교제하거나 결혼하기가 어려워, 성욕을 풀기 위해 성도우미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인 개개인의 성적욕구에 초점 맞춰 남녀를 연결한다는 발상에는 부정적"이라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사회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