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서울 성북구 대일관광디자인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모(19)양은 지난해 상반기 IBK기업은행에 입사했다. 2학년 때까지 취업과 대학 입시를 동시에 준비했지만, 3학년에 들어 마음을 굳히고 취업 준비에 전념했다. 김양은 "취업 후에도 대학 진학의 문은 열려 있더라"며 "의지만 있다면 은행 다니면서도 야간대학·사이버대학 등에서 공부할 수 있어, 은행원을 꿈꾸면서도 대학도 가고 싶은 학생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양의 경우처럼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이 활발해졌다. 1일 서울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이 42.1%를 기록했다. 올해 2월 서울 소재 75개 특성화고 졸업생 1만8253명 가운데 7693명이 곧바로 대학에 가지 않고 일자리를 구했다. 졸업생 2명 중 1명꼴이다. 이는 지난해 2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특성화고 졸업 취업자 가운데 8%에 달하는 613명이 30대 그룹에 입사했고, 금융권에는 지난해 117명보다 207명이 늘어난 324명이 취업했다. 특히 은행 취업자는 137명으로 지난해 3명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662만원으로 지난해 1562만원에 비해 100만원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측은 "대기업과 은행 등의 고등학교 졸업자 채용 확대와 공공기관의 특성화고 채용 할당제 등 고졸자들의 취업 환경이 넓어진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1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졸업한 특성화고 학생 중 취업 희망자가 지난해 10월 7716명이던 것이 4개월 만인 지난달 8501명으로 증가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주로 야간이나 주말에 수업이 이뤄지는 '특성화고 재직자 특별전형' 등이 2013년도에 40여개 학교로 확대되는 등 정부 정책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과학기술부 백일섭 특성화고취업촉진팀장은 "이제 대입과 취업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지고 진로나 적성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평판 때문에 대학에 가기보다 취업을 선택하는 흐름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