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32)씨의 인생은 '반전'이다. 어렵게 들어간 의대를 3년 만에 때려치우고 노점을 시작했다. 주위의 반대도 많았지만, 요리사의 꿈을 키웠다. SBS '내일은 요리왕'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1등에 올랐다. 스위스로 건너가 호텔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현재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세컨드 쿡(second cook)으로 일한다. 보통 2~3년 걸리는 서드 쿡(third cook) 생활을 1년만에 끝낸 실력파다.

오수진(45)씨의 인생 역시 '반전 드라마'다. 신문방송을 전공한 그는 작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쳇바퀴 도는 일상이 공허하던 어느 날 호텔리어였던 친한 선배의 조언을 들었다. 넓은 세상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돌연 스위스로 향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스페인·사이판·시카고를 누비며 세계적인 체인의 호텔리어로 변신했고 지금 반얀트리 인사팀 차장으로 일한다.

(왼쪽부터) 스위스 학교를 졸업한 호텔리어 오수진 씨, 요리사 이상민씨, 디자이너 남궁선씨

MBC '러브하우스'의 디자이너 남궁선(42)씨도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스위스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 이화여대 조소과에 진학했다. 어릴 적 경험한 스위스의 자연과 색감에 영감을 얻어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자신이 가장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 것이다. 방송·광고모델 활동으로 유명세를 타던 그는 현재 홈쇼핑 침구 부분 매출 1위를 올리는 디자인회사의 대표가 됐다.

의대출신 요리사 이상민씨, 호텔리어 오수진씨, 러브하우스의 디자이너 남궁선씨.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스위스를 만나 '인생의 반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위스 학교의 매력은 뭘까

24일 스위스 교육 박람회 리셉션 행사장을 찾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씨는 교수의 추천으로 스위스 IMI호텔관광경영대학교에 갔다. 그는 "스위스에서  새 사람이 돼서 돌아왔다"며 "치열한 그곳에서 살아남았다는 성취감이 크다"고 말한다. 호텔 경영은 평범한 이론 수업이 아니라 직접 레스토랑을 운영해보는 실습으로 진행됐다. 그는 "한국처럼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요리법만 던져주면 팀원들과 새로운 음식을 창조해야 한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스스로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세자르리츠 칼리지(Cesar Ritz Colleges)를 졸업한 오씨는 "스위스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의 경험이 국제적인 호텔리어로서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 그는 "업계에선 '스위스 호텔학교 출신들은 인턴 때부터 일을 잘한다'고 정평 나있다"며 "실습위주의 교육이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후배들에게 "영어에 겁먹지 말고 꾸준하게 노력하라"며 "특히 한국 유학생끼리 어울리지 말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라"라고 조언한다.

남씨는 "만약 딸이 있다면 다시 같은 스위스 학교로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에이글롱 칼리지(Aiglon College)를 졸업한 그는 "창문이 열면 몽블랑이 보이는 알프에서 자랐다"며 "최고의 환경"이라고 강조한다. 또 "스위스의 대자연에서 순수한 동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50여 국에서 온 300여 명이 학생은 자연 속에 안전하게 보호된다. 그는 "군대 뺨치는 엄격한 시스템으로 탈선의 위험이 절대 없다"며 "도박과 술을 할 수 없고 독립심과 도전의식을 배운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만약 스위스에 가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살았을 것이다"라며 "지금은 나의 기준으로 삶을 산다"고 강조한다.

지난 25일 제1회 스위스 교육 박람회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 관계자에게 유학 상담을 받고 있다

이런 다양한 매력을 가진 스위스의 학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25일 제1회 스위스 교육 박람회(Swiss Education Fair Seoul)가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렸다. 스위스는 빼어난 경관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교육 부분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스위스 유학을 꿈꾸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행사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스위스 국제학교 TASIS(The American School In Switzerland)의 입학처장 빌리엄 아이너 (William E. Eichner)는 "여느 국가보다 뜨거운 반응이었다"며 "상담학생들의 대부분이 교육환경이나 유학생들의 국적, 교과목 외 다양한 스포츠 같은 여가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세자르리츠, HIM, IMI을 비롯해 8개의 호텔경영·비지니스 학교와 Aiglon College, Brillantmont 등 5개의 국제학교가 참가했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하인준(22) 학생은 "아직까지 스위스 유학은 미국이나 유럽 쪽과 다르게 정보가 부족하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