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결과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던 '채선당' 사건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다른 것으로 발표되자 27일 트위터는 "대국민 사기극에 당했다"는 글로 들끓었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네티즌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심리학자들은 "이번 현상은 한국인이 가지는 고정관념과 피해의식이 바탕이 됐고,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행태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는 약자라는 고정관념이 문제의 발단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들이 가진 스테레오타입, 즉 고정관념이다. 식당 종업원은 대개가 불친절하며 임신부는 나약한 존재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이번 사건을 네티즌들이 객관적인 사실 확인 없이 받아들이게 했다.

성영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임신부의 글을 본 소비자들이 자신과 같은 약자가 기업이라는 강자에 또 당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상황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믿고 싶은 것만 보인다

아직 상황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이번 사건이 사실인 양 거론되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유는 '선택적 지각, 선택적 주의'라는 개념으로도 설명된다. 선택적 지각이란 인간 개개인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새로운 정보를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과 갈등 없이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선택적 지각을 하고 선택적 주의를 기울인다. 가령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서 "아직 상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부분이 있음에도 이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유명한 사람이 믿는 것을 나도 믿는다

인간은 사안에 대해 판단을 할 때 다른 사람이 가진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한다. 자신의 의견이 없을 때는 자신의 지인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의견을 별 비판 없이 따르기도 한다. 바로 '자기 동조화' 현상이다. 건널목에서 파란불이 켜지지 않았음에도 옆에 있던 행인이 길을 건너면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길을 건너게 되는 것도 자기 동조화다.

성 교수는 "잘 알려진 사람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은 더욱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서는 가수 신해철이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업소에서 불친절을 경험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측면이 있다.

◇내 생각과 같은 정보만 받아들여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선택적 지각은 무의식적 측면이지만, 확증 편향은 자신의 의식과 판단을 바탕으로 한다.

이번 채선당 사건을 접하고 종업원이 잘못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많은 정보 사이에서 자신의 판단에 맞는 정보만을 수집하고 확신했다고 볼 수 있다. '채선당 종업원이 잘못했다'는 정보만 맞는 정보라고 판단하고 그쪽 정보만을 받아들임으로써 객관적인 판단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는 의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자기 생각과 일치하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판적 태도를 보인 이번 사태도 확증 편향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는 집단주의 사고방식

채선당 종업원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더욱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집단 극단화'로 볼 수 있다. 집단 극단화가 일어나면 추가로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이성적 검증이 진행되지 않는다. 극단화는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심화된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팔로우를 하는 트위터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편 가르기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여러 정보가 있었지만 이를 검증하는 과정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