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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이 약해도 좋아요. 그만의 진정성이 있잖아요."

개그맨 김병만을 두고 한 예능 PD가 한 말이다. KBS2 '개그콘서트'의 장수 코너 '달인'을 통해 인기를 얻은 그가 최근 버라이어티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이 대부분 리얼리티쇼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SBS '일요일이 좋다-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을 통해 그는 '피겨 스케이팅의 달인'으로 거듭났고, 화제의 프로그램인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도 결국 리얼 스토리로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그의 예능엔 과한 웃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 시즌2를 준비 중인 제작진은 "시즌1보다 생존을 위한 활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했다. '족장' 김병만이 형제들을 위해 손수 집을 짓고 먹을 것을 구하는 과정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담아내겠다고도 했다. 제작진은 "김병만이 입담이 좋은 예능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이 가진 매력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면 시청자들도 그 진정성을 알아주시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튀어보려고 경쟁하는 정글과도 같은 버라이어티 세계에서 김병만 같은 예능인 한명쯤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김병만에 앞서 대체 불가능한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이 있다. 바로 '독설의 대가' 김구라와 '2인자 역할의 1인자' 박명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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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활동에 다소 제약이 있는 험담과 독설 코드로 차별화를 꾀했다. 과거엔 그의 진행 스타일에 거부감을 나타낸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방송 환경이 바뀌어가면서 그의 희소성은 가치를 더하기 시작했다. MBC의 한 예능 PD는 "강호동과 유재석을 이을 차세대 예능인은 늘고 있지만 김구라를 대체할 만한 사람은 아직까지 찾기 힘들다"며 "모든 분야에서 1인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본인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도 큰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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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MC를 맡을 때는 충분한 실력 발휘를 못하지만 1인자 옆에서 그를 돋보이게 하는 데 있어 탈월한 능력을 가진 예능인이 바로 박명수다. 그는 MBC '무한도전'과 KBS2 '해피투게더-시즌3'에서 유재석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유재석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때도 있지만 메인 MC를 도와 웃음 포인트를 짚어주는 역할은 박명수의 몫이다. 한 예능 PD는 "박명수는 사석에서 가장 웃기는 개그맨이다. 그가 유재석 옆에 있기 때문에 유재석의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결국 웃음을 유발하는 핵심 키는 박명수가 쥐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김병만과 김구라 그리고 박명수. 다소 호불호가 나뉘는 예능인이기도 하지만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이들이 있어 더욱 다양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만들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