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국내 극장가에 뜻을 쉽사리 알아챌 수 없는 영화 제목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영화 '하울링'부터 '화차', '가비' 등이 그 주인공.
이처럼 알쏭달쏭한 단어들이 제목으로 채택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터. 제목에 숨겨진 뜻을 알면 영화가 보이는 법이다.
# '하울링' - '울부짖는, 들짐승의 울음소리'
지난 16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지 않으며 1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하울링'은 쉽게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없는 제목 중 하나다. '하울링'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기 때문.
'하울링(howling)'은 사전적으로는 '울부짖는, 휘몰아치는, 극심한'이라는 뜻을 가진 관형사인 동시에 음향 기계에서 소리가 증폭돼 출력되는 현상이나 들짐승의 울음 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가 늑대개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상길(송강호 분)과 은영(이나영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하울링'이라는 제목이 쓰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화차' - '지옥을 향해 달리는 불수레'
뜻을 알기 어려운 제목에는 '화차'도 있다.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도 "찍은 영화 제목이 '화차'라고 하니 다들 '쌍화차'를 언급하더라"고 농담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화차'의 의미는 와닿지 않는다.
'화차'는 일본 만담에 등장하는 '악인이 올라타면 절대로 내릴 수 없는 지옥행 수레'.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과 동명으로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는 과정에서 점차 그녀의 충격적인 정체를 알아가는 영화의 내용과 어우러진다.
변영주 감독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이 제목을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관객들에게 전달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목을 바꿔서 혼돈을 주거나 원작의 의미를 손상시키기 보다는 그대로 하는 게 낫겠다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 '가비' - '커피'
내달 개봉을 앞둔 '가비' 역시 알쏭달쏭하다. 김탁환 원작 소설 '노서아가비'에서 따온 제목 '가비'는 조선시대의 '커피(coffee)'를 한자로 표현한 것.
제목의 뜻을 알면 '가비'의 주요한 소재가 커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짐작처럼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접한 고종황제를 암살하려 했던 '가비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