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한국 시각) 오전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TV를 켠 국내 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붉은 유니폼에 노란 완장을 찬 박지성(31). 한국 국가 대표팀에선 수없이 봐왔던 장면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그 위에 당당하게 주장 완장을 찼기 때문이다. 맨유 엠블럼이 새겨진 페넌트(삼각기)를 들고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 입장하는 박지성의 뒤를 나니와 베르바토프, 에르난데스 등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따랐다.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 아약스(네덜란드)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중원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반 6분 박지성의 패스를 받은 베르바토프가 다시 전방으로 패스를 내줬고, 이를 받은 에르난데스가 선제골로 연결했다. 맨유는 이후 두 골을 허용하며 1대2로 패했지만 1·2차전 합계 3대2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알렉스 퍼거슨(71) 맨유 감독은 킥오프 직전 박지성을 주장으로 임명했다. 맨유에서 8년째 뛰는 '애제자'의 경험을 중시한 것이다. 박지성은 이날 선발 11명 중 '최고참'이었다. 2009년 아시아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선 박지성은 이제 맨유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선 아시아 최초의 선수가 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박지성처럼 '빅 리그'의 '빅 클럽'에서 주장으로 선발 출장한 아시아 선수는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