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지하철 7호선 면목역에서 J중학교 1학년 A(13)양이 학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후드 모자를 눌러 쓴 장모(18)군은 A양을 따라붙었다.

184㎝에 80kg이 넘는 장군은 열차에 타자마자 A양을 문쪽으로 밀어붙였다. "조용히 해. 가만히 있어"라고 협박하면서 A양을 껴안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시작했다. 지하철 안은 혼잡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금요일 그 시간대 면목역 부근 지하철 한 칸에는 200명 가까이 타서 승객들끼리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모(18)군이 A(13)양을 데리고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리는 모습(왼쪽)과 성폭행을 하기 위해 이 역 구내의 화장실로 끌고 가는 장면(오른쪽)이 CC(폐쇄회로)TV에 잡혔다. 장군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한 시민의 신고로 역무원들이 화장실로 오는 바람에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다.

지하철 승객들은 일찍 퇴근한 회사원과 인근 대학교 학생 등 20대 승객들도 많았지만, 혼잡한 데다 겁에 질린 A양이 소리를 지르지도 못해 장군의 범행을 눈치 챈 승객들은 많지 않았다.

A양은 경찰에서 "너무 겁이 나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일부 승객들은 성추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았다.

장군이 온몸을 감싸듯 끌어안는 바람에 꼼짝달싹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A양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주변에 범행을 알리려고 했다. 그러다 출입문 옆좌석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A양은 "도와달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 두 눈을 깜빡였는데 아주머니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출입구 근처에 서 있던 한 남자도 모른 척 그냥 내렸다"고 말했다.

장군의 성추행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A양의 바지 속에 손을 넣기도 했다. 면목역에서 뚝섬유원지역까지 7개 역을 지나는 약 12분 동안 성추행이 계속 됐다. A양은 경찰에서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리신 뒤로는 어차피 아무도 도와줄 것 같지 않아서 도와달라는 몸짓도 포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군은 뚝섬유원지역에 A양의 목을 감은 채 내린 뒤, 성폭행을 하기 위해 남자장애인 화장실로 끌고 가려고 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시민의 신고로 역무원 2명이 출동해 성폭행은 무산됐다. 그러나 역무원들은 두 사람을 연인 관계로 생각하고 그냥 돌려보냈다. 그제서야 장군은 A양을 풀어줬다. 장군은 A양 언니의 신고가 있은 지 7일 만에 범행 장소였던 면목역 부근에서 체포됐고,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장군을 구속했다.

장군은 3년 전에도 지하철에서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장군은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한 뒤 7호선 논현역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냈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