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서양 문물의 전래와 더불어 체제는 흔들리고 있었다. 당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연구·실천했던 실학(實學)과 학자들이 있었다. 특히 올해는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선생의 탄신 250주년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 다양한 기념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역사서 '동사강목(東史綱目)'의 저자인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1712~ 1791) 선생의 탄신 300주년도 된다.
두 인물 모두 경기도와 인연이 많고 지금도 관련 유적이 남아 있다. 안산 지역에 거주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낸 실학의 거두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 선생은 내년에 250주기를 맞는다. 경기도 지역의 실학 관련 명소를 소개한다.
◇다산유적지 실학박물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는 다산 유적지가 있다. 다산 선생의 생가가 있던 마을로 젊은 시절 학문을 수련했던 곳이다. 그는 오랜 유배생활을 끝내고 돌아와 이곳에서 만년을 지냈다. 다산 유적지에는 복원한 고택과 함께 묘소, 기념관, 사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앞은 팔당호반이어서 나들이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남양주시가 조성한 트레일 코스인 '다산길'도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경기도가 실학박물관(관장 김시업)도 만들었다. 실학박물관은 최근 상설 전시실을 새로 꾸몄다. 특히 초·중·고교의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눈높이를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애니메이션, 영상 등을 선보이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QR코드, 화상 정보검색 등 첨단 기술도 도입했다.
3개의 상설 전시실은 '실학의 형성' '실학의 전개' '실학과 과학'을 주제로 만들었다. 조선 사회의 변화와 서양 문물로부터 영향을 받은 실학의 형성, 중농학파·중상학파·실사구시파 등 각 학파에 속하는 실학자들의 저술, 각종 천문 관측기구와 마테오리치의 세계지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등을 두루 만날 수 있게 만들었다. 실학자의 후손들로부터 기증받은 각종 유물도 선보인다.
실학박물관은 올해 다산과 순암을 기념하는 '다산, 열수 가의 삶과 꿈'(가제)과 '경기도 광주, 순암 안정복'(가제) 전시회를 각각 4월과 10월에 마련할 예정이다. 다산의 고향에서 지냈던 마을 제사인 철마산 산신제의 복원 등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실학교실, 다산 실학캠프, 마재마을 답사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 silhakmuseum.or.kr (031)579-6000
◇실학 관련 유적지
경기도는 실학자들의 요람이었다. 실학의 초창기부터 만개했던 시절까지 유수한 학자들이 이곳을 무대로 경륜을 펼쳤다.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가 조선 후기의 3대 학자로 꼽은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1622~1673),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모두 경기도 지역과 크고 작은 인연을 맺었다. 전북 부안에서 평생을 야인으로 살며 학문에 몰두했던 반계의 묘소(경기도 기념물 제31호)는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에 있다.
안산은 성호 이익 선생이 실학을 개척했던 곳이다. 그는 벼슬을 마다하고 현재의 안산시 성포동에 살면서 재야에서 평생 학문을 닦았다. 반계 유형원의 학풍을 계승해 당시의 사회제도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안정복·정약용도 그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거나 사숙했다. 안산시 상록구 이동에는 그의 이름을 딴 성호 공원도 들어서 있다. 묘소와 더불어 유품과 친필 등을 전시하는 '성호 기념관'과 더불어 안산식물원, 단원조각공원도 있다. 성호 기념관 홈페이지 seongho.iansan.net (031)481-2574
재상이자 실학자인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주도하고 정약용이 개발한 거중기를 활용해 쌓은 수원 화성에도 실사구시의 정신이 담겼다. 안정복의 묘소는 광주시에 있다. 역시 이익의 제자로 정약용과 서학(西學)을 공부하며 인연을 맺었으나 순교한 녹암(鹿菴) 권철신(權哲身·1736~1801)은 천주교의 성지인 광주 천진암에 모셔져 있다. 의정부시 장암동 수락산 등산로 입구에는 '중농학파'로 분류되는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1629~ 1703)의 고택과 묘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