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 숭고, 희망, 기쁨, 평화, 섹시를 제 것으로 하고…."
입이 떡 벌어졌다. 영화 '러브픽션'엔 주연배우 하정우가 깜짝 놀랄 정도의 긴 대사를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극 중 구주월(하정우)이 사랑하는 여인 희진(공효진)에게 마음을 전하는 신이다. 숭고, 매혹, 비천, 타락과 같은 어려운 단어가 포함된 문어체의 대사다. 저걸 어떻게 외웠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하정우는 이 대사를 기계적으로 읽지 않는다. 구주월의 말엔 진심이 담겨있다. 단어 하나하나와 눈빛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충무로의 대표배우로 자리매김한 하정우에겐 식은 죽 먹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관객의 입장에선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대사를 공개한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는 감정을 담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난 여기 앉아계신 점잖은 신사분들 앞에서 저 여인을 고발하기 위해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분연히 일어섰소! 고결한 인격과 활달한 미모를 갖춘 것도 모자라 절제된 지성과 안정된 유머감각으로 내 마음을 초토화시킨 저 여인을 베르테르로 하여금 죽음으로 이끈 그 치명적인 매력이라는 죄목으로 큐피드의 법정에 세우겠다는 말이오! 나를 밤마다 잠 못 들게 하고 그녀의 완벽함에 비교되는 내 부족함에 몸서리쳤으며 우아, 숭고, 희망, 기쁨, 평화, 매혹, 섹시를 제 것으로 하고 비천, 타락, 절망, 슬픔, 혼돈, 평범, 따분만을 내게 허락한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당신에게 누구여야 합니까?"
읽는 것만으로 숨이 찬다. 대본을 들고 읽어보니 1분 가까이 걸린다. 몇몇 부분에선 떠듬거리기까지. 모 신인연기자에게 이 대사를 내밀었더니 "실제 영화를 찍는다면 다른 장면은 엄두도 안 나고 이 대사만 엄청나게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하정우가 이 장면을 NG 한 번 없이 찍었다는 것.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언론 시사회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 찍었는데 하정우가 단 한 번도 NG를 내지 않았다. 많은 준비를 해 와서 깜짝 놀랐다"라고 공개했다.
비법이 뭘까?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하지만 하정우의 대답엔 영화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묻어났다.
"크랭크인을 하기 전부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 장면을 준비했다.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고 정말 내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소화를 시키려고 반복 연습을 했다."
'러브픽션'은 완벽한 사랑을 찾아 헤맨 나머지 31세가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소설가 구주월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여인 희진을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연애담을 그린 영화다. 오는 29일 개봉한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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