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인류의 끝?

태양계 행성 일렬되며… 홍수·지진 발생설부터, 美옐로스톤 화산 폭발…꿀벌 사라져 종말까지…

청소년들 "살려주세요"

SNS 타고 급속도로 퍼져… 괴담 살 붙고, 정교해져… 학교 안가는 고교생 아들 "어차피 다 죽을 건데…"

인신매매 괴담도 나와

"봉고차 태워 끌고 간다" 여성들 불안에 경찰 수사…글 주인 잡아보니 고교생…  "영화 보고 지어냈다"

"2013년 5월이면 태양폭발이 최고조에 이르러 지구가 멸망하게 된대요. 부자들은 나름대로 많이 준비하는 것 같던데… 과학기술이 우리를 태양폭발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요?"

지난달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2013년 지구멸망설'을 믿는 청소년이 올린 글이다. 이 가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3년은 태양 표면활동 극대기로 항공기 운항과 통신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발표한 직후 빠른 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물론 과학계는 지구멸망은 터무니없는 '괴담'이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괴담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SNS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비단 태양폭발설만이 아니다. 고대 마야문명에서 종말의 시기라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2012년 지구멸망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산 폭발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설, 꿀벌이 사라져 곧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설 등 괴담은 다양한 형태로 유포·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괴담은 폐쇄적인 사회에서 기승을 부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역설적으로 SNS를 통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오픈 소사이어티(Open Society)에서 괴담이 더욱 창궐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용자들이 SNS의 넘쳐나는 정보들을 의심 없이 믿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2012년 12월 21일이 되면 태양계의 행성이 일렬로 위치하면서 지구에 큰 인력이 작용해 홍수와 지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마야발 황당괴담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소 황당한 내용의 괴담에 달린 댓글은 사뭇 진지하다. "난 아직 어린데 이렇게 멸망할 순 없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거나, "내년에 중1로 올라가는데, 빨리 죽고 싶다"며 괴담을 믿고 자포자기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유년기부터 SNS를 접한 10~20대의 괴담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다. 이모(21)씨는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나눌 때도 영화 '2012'처럼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노아의 방주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자주 나눈다"며 "얼마 전엔 페이스북 친구들과 종말에 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에 사는 최모(45)씨는 "고등학생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해 이유를 물으니 '어차피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말해 당황했었다"고 했다.

일러스트 = 박상훈 기자 ps@chosun.com

비단 지구멸망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드는 괴담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전북 전주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인신매매 집단이 있어요. A화장품을 아냐고 하면서 골목으로 끌고 가 봉고차에 태워간대요"라는 내용의 글이 유포됐다. 이 괴담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추적 결과 한 여중생이 근거 없이 올린 글로 밝혀졌다. 경남 진주에서도 "70대 할머니가 도와달라면서 접근해서 승합차 쪽으로 유인한 후 건장한 남자들이 납치를 해 장기 밀매를 한다"는 내용의 글이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 이 지역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한 고교생이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장기밀매 장면을 보고 상상해서 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청소년들이 불안을 자주 경험하다 보면 내일도 불안에 노출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괴담은 옮기는 과정에서 더욱 살이 붙고 정교해진다. 괴담에 달린 댓글에는 "내 친구가 직접 당했다" "목격했다"는 등의 동조 글이 대부분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특이하고 재밌는 거짓 정보를 올리는 것이 뻔한 사실을 올리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고, 이는 자신을 뽐내려고 하는 욕구와 맞물려 거짓정보를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고 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정보들이 떠다니지 않게 당사자나 전문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이 알 수 있도록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