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수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드림컨설턴트 멘토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도 암기 관련 주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 내용에 질문이 있는 분 역시 제 메일(mastudy7@gmail.com)로 연락 주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기억, '장기'로 넘기려면 7회 반복해라?

어떤 정보를 암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방법은 '반복'입니다. 지속적으로 같은 정보가 유입되면 그 부분의 뉴런이 강화되고 신경망과 신경전달물질이 풍부하게 배출되죠. 그런데 반복에도 약간의 '요령'이 존재합니다. 무턱대고 반복하면 암기는 될지 몰라도 투입된 시간에 비해 비효율적일 수 있거든요.

기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반복의 횟수와 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간의 기억체계는 '단기 정보저장소'와 '장기 정보저장소'로 나뉘는데요. 암기는 뇌에 입력된 정보가 단기 정보저장소에서 장기 정보저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을 일컫습니다. 인간의 정보 저장 체계는 컴퓨터 메모리와 유사합니다. 컴퓨터로 치면 단기 정보저장소는 'RAM', 장기 정보저장소는 'ROM'인 셈이죠.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게 RAM, 전원을 끄더라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게 ROM이니까요. 기억의 체계가 두 개의 범주로 설정돼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어제 배운 단어는 잊어버려도 초등학교 때 배운 단어 'apple'은 안 잊어버리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어제 배운 단어는 아직 단기 기억인 상태이고 'apple'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 것이죠.

그렇다면 정보를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반복의 횟수와 주기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완전하게 고정되려면 7회가량의 반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기억하고 있는 특정 정보는 여러분도 모르는 새 일곱 번 이상 듣거나 본 정보란 얘깁니다. 단, 이때 '7회'는 고정값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나 여러분 개인에게 대단히 인상적인 경험은 더 적은 횟수로도 장기 기억이 될 수 있거든요. 반대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 특별히 관심도 없는 정보라면 적어도 7회 이상 보거나 들어야 비로소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 것, 인간의 기억에 생각보다 꽤 오류가 많은 것은 모두 그 때문이죠.

◇기억 수명 연장하는 '매직 타임' 9시간

암기에서 반복 횟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반복 주기입니다. 복습 효과를 높이려면 이전에 학습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 복습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만일 어떤 내용을 한 번 배우고 그 내용을 완전히 잊어버린 다음, 다시 학습한다면 두 번째 배운 내용은 전혀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두 번 학습하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저 '새로운 내용을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학습하는' 것일 뿐입니다.

보통 첫 번째 학습 이후 기억이 살아 있는 최소 주기는 9시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오전 9시에 수업을 들었다면 그 기억은 9시간 후인 그날 오후 6시까지 보존되는 것이죠. 따라서 복습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려면 최초 노출 이후 9시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날 공부한 것은 그날 복습해야 한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셈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렇게 한 번 복습한 내용은 약 1주일간 유지된다는 사실입니다. 적절한 복습 덕에 기억 보존 시간이 늘어난 것이죠. 한 번 잘해둔 복습으로 9시간 후면 사라졌을 기억이 그 수십 배인 148시간까지 이어진다니 놀랍죠? 물론 그 사이에 또 다른 정보가 유입됐는지의 여부도 중요한 변수이지만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1주일 내에 복습하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이렇게 두 번 복습한 후엔 한 달 정도 후에, 그 다음엔 6개월 정도 후에 다시 복습해보세요. 첫 번째 학습, 그날 이뤄지는 두 번째 복습, 1주일 이내에 하는 세 번째 복습, 한 달 이내에 하는 네 번째 복습, 6개월 이내에 하는 다섯 번째 복습까지 5회 반복한 후엔 학습자의 지능이나 관심사와 상관없이 대부분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반복 횟수가 꼭 7회이지 않아도 되는 건 여러분이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이 전 단계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게 모르게 자신이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죠. 이런 효과를 생각해본다면 '5회'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기에 충분한 횟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기억력이 나쁘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기억력이 각별하게 뛰어난 사람을 제외하면 꾸준히 반복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 잊지 마세요. 주기적 반복이 여러분의 기억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