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한순간이 마법에라도 걸린 듯 빛을 발할 때가 있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나드 베르카이크(Verkaaik·66)의 '주전자, 양파, 그리고 검은 천'은 무심코 놓아둔 주방의 양파에서 발견한 '낯선 아름다움'을 포착한 작품이다.
윤 나게 닦은 놋쇠 주전자와 함께 가지런히 놓인 10여개의 양파는 왼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양파의 투명한 표면이 어찌나 생생한지, 그림을 힐끗 보기만 해도 매운 기운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베르카이크는 1920~30년대 네덜란드를 휩쓸었던 미술사조인 '마술적 사실주의(magic realism)'를 계승한 작가. '마법에라도 걸린 듯 반짝이는 일상의 의미있는 순간'을 지극히 사실적인 붓 터치로 표현, 신비감을 자아내는 화면을 만드는 것이 '마술적 사실주의자'들의 특징이다.
서울대 미술관에서 4월 12일까지 열리는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전통에서 현대까지'는 렘브란트와 베르메르의 나라,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 71점을 소개하는 자리. 전시작은 모두 네덜란드 투자금융업체인 ING그룹 아트 컬렉션 소장품이다. (02)880-9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