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된 손자가 할머니 손을 잡고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 광경을 공간으로 표현하려고 했지요."

아기자기한 카페가 모여 있는 서울 삼청동에 최근 눈에 띄는 건물이 들어섰다. 손자 격인 현대식 3층 건물과 할머니뻘인 바로 옆 한옥을 연결해 만든 카페 '코코 브루니'다. 현대식 건물을 개축(改築)해 카페를 만들면서 삼청동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조화를 시도한 프로젝트다. 공간디자인회사 '스튜디오 베이스'가 건물 리모델링뿐 아니라 실내 디자인까지 맡은 작품으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공간디자인대상에서 상업공간디자인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통해 삼청동의 지역적 특색을 살렸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코 브루니’의 1층 외부(사진 왼쪽). 현대식 건물에 있는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내부의 통로를 따라 한옥으로 이어진다.

6일 이곳에서 만난 '스튜디오 베이스' 전범진(42) 소장은 "두 건물이 느낌이 달라 함께 개축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부지가 한옥보존지구에 포함돼 있어 한옥을 철거할 수도 없었다"며 "따뜻한 느낌의 한옥을 디자인의 열쇠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개축 전 3층 건물 꼭대기에 기와지붕이 있었어요. 동네 특성상 마지못해 해놓은 것 같았죠. 이렇게 어색하게 한옥 느낌을 내기보다는 아주 현대적인 건물로 바꾸되 옆에 있는 한옥의 분위기를 빌려오려고 했어요."

3층 건물의 1층과 한옥을 짧은 통로로 연결했다. 한옥 내부는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려 현대적인 3층 건물 내부와 대조를 이룬다. "벽의 회칠, 지붕의 보와 서까래, 나무 기둥을 남겨 뒀다. 나무 구조물에 칠해져 있던 니스를 모두 깎아내 나무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했다."

'청년 손자 건물'에선 '할머니 한옥'과의 연관성을 살리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 보인다. 먼저 건물 전면(前面)에 나무를 가늘게 켜서 붙였다. 규칙적으로 나무 살이 부착돼 한옥의 장지문 같은 인상을 준다. "시각적으로 한옥과 동떨어진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한옥을 보수하면서 나온 목재를 썼다"는 설명이다.

도로에서 보이는 파사드(건물의 정면)에는 회칠을 한 유리창을 사용했다. "한옥 내부의 회칠한 벽과 통일감을 주기 위해 3층 건물 유리창에도 회칠을 했다"고 한다. 주변의 경관과 충돌하지 않는 '겸손한' 건물을 만들고자 한 것도 회칠을 한 이유 중 하나. 전 소장은 "화려한 장식을 내세워 뽐내기보다는 외벽을 되도록 단순하게 만들었다"며 "삼청동의 풍경을 담는 도화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내부에 종이를 많이 쓴 것도 특징이다. 벽지 대신 공책 크기의 영어사전 책장을 일일이 잘라 벽에 붙인 것이 대표적인 예. 메뉴판도 흔히 쓰는 아크릴판 대신 한지를 썼다. 그는 "사람들의 손때가 묻으면서 공간이 좀 더 자연스럽게 익어갈 것"이라고 했다."도심 안에서 전통적인 정취를 간직한 곳인 만큼 옛 건물과 새 건물이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