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토익(TOEIC)·텝스(TEPS) 등 어학 시험문제를 조직적으로 빼내 유출한 혐의로 해커스어학원·해커스어학연구소 등 법인 두 곳과 함께 그룹 임직원 6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07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미국 교육평가원(ETS) 주관 토익 문제를 49차례, 서울대 언어교육원 주관 텝스 문제를 57차례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커스그룹은 직원 50여명을 시험에 응시시켜 문제를 암기하거나, 특수 녹음기와 만년필형 녹화 장치를 활용, 문제를 조직적으로 빼돌렸다.
토익·텝스 성적은 진학이나 취업 때 영어 실력을 입증하는 데 필요하다. 연간 토익 응시자 200만명, 텝스 응시자 20여만명은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족집게 학원'을 찾아다닌다. 해커스그룹은 응시자들에게 시험에서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 출제 경향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시험문제를 빼낸 다음 저작권법 위반 시비를 피하기 위해 시험문제를 일부 변형해 교재로 활용, 토익 학원업계 1위로 올라섰다.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에서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 시험문제를 전문 학원이 조직적으로 빼내 장사를 하는 것은 분명한 저작권 침해 범죄다. 해커스그룹 측은 "시험 문제를 외워서 빼내는 건 교육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웃집 담을 넘는 행위가 과거에도 그랬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검찰은 조직적 문제 유출 행위 자체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유독 한국 학원가에서만 시험문제 빼내기가 주요 사업으로 번창하고 있다. 2009년엔 학원 강사가 미국보다 12시간 앞서 SAT 시험이 치러진 태국 시험장에서 시험지를 입수해 미국 유학 중인 한국 고교생 두 명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치러진 전체 시험 성적이 무효 처리된 일도 있다. 국내 토플(TOEFL)·GRE·SAT 전문 학원들의 조직적 시험문제 유출은 이제 국제적 논란거리가 됐다.
응시자들이 예전 출제된 문제를 달달 외워 점수만 받겠다니 토익에서 만점을 받고도 외국 사람 앞에서 말문도 열지 못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진다. 이러다간 미국 대학 등에서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시험 점수를 못 믿겠다는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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