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모(17)군은 원래 친구들과 밖에서 운동하며 노늘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러다 3년 전인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하면서 그의 일상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생계를 위해 어머니가 일용직 노동에 나서게 되면서 안군은 방과 후 집에 혼자 남게 됐고, 집안에 틀어박혀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안군이 하는 게임은 리니지로, 실력이 고수(高手)에 속했다. 게임 아이템을 팔아 얻는 수입이 안군 생활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 피자 등만 먹으며 온종일 게임만 하는 '디지털 폐인'과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체중이 1년여 만에 30㎏나 불었다. 이제는 100㎏을 훌쩍 넘는다. 얼굴에는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도 잔뜩 생겼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해지자 대인(對人) 기피증도 생겼다.
덩치가 커지고 완력이 세진 안군에게 어머니의 통제는 먹히질 않았다. 마침내 그는 학교도 그만뒀다. 게임으로만 먹고 사는 '청소년 괴물'이 된 것이다.
보육과 교육에 관심을 쏟기 어려운 저소득층 환경이 게임 중독을 낳고, 이는 소아 비만으로 이어진다. 중독 차원을 넘어 '조기(早期) 성인병'으로 신체마저 망가지는 것이다. 1998년 저소득층(소득 수준 하위 25%) 가정의 소아 청소년 비만율은 5.0%였다. 그러다 2008년엔 9.7%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보건복지부 조사). 반면 고소득층(상위 25%)은 그 기간 6.6%에서 5.5%로 줄었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하루 4시간 게임을 하는 아이는 1~2시간 게임 하는 아이보다 비만일 확률이 두 배 높게 나타난다"며 "이 상태에서 음식을 챙겨줄 사람이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당분 함량이 높은 고(高)칼로리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섭취해 쉽게 비만이 된다"고 말했다. 게임 몰입으로 인한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 시간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소화불량, 변비 등 만성 소화기질환도 생길 수 있다.
또한 게임 중독은 아이들의 성격과 정신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동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인터넷 게임 중독 아이들에게서 강박증이나 충동조절 장애, 불안 장애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며 "자기 노출을 꺼리고 경계심이 많아지는 성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12.02.0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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