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살고 있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비키니 시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여성들이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 등의 문구를 비키니 차림의 가슴에 적어놓은 사진을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 인터넷을 후끈 달구며 화제가 됐다. 그러다가 '나는꼼수다(나꼼수)' 방송의 진행자 김용민씨가 "정봉주 의원은 현재 성욕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하고, 또 다른 진행자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정 전 의원의 면회를 가서 신청서류에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쓴 내용을 사진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성희롱 사건'으로 비화됐다.
비키니 시위를 '새로운 정치적 표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키니 시위에 대한 나꼼수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이들과 가까웠던 공지영 작가도 트위터에 "가슴 인증샷을 옹호하는 마초(남성우월주의자)들의 불쾌한 성희롱적 멘션(글)들과 스스로 살신성인적 희생이라고 하는 여성들의 멘션까지 나오게 된 것은 경악할 만하다"고 쓰고 나꼼수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에서는 이 문제를 줄곧 외면하고 있다.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거론되지 않았고, 당 차원의 논평이나 브리핑도 없었다. 한명숙 대표와 박영선, 남윤인순 최고위원까지 현 민주당 지도부 9명 중 3명이 여성이다. 당 지도부는 출범하면서 "정당 역사상 지도부에 여성 비율이 이토록 높았던 적이 없었다"며 "본격적인 여성 정치참여 시대가 열렸다"고 했었다. 여성계 몫으로 지명직으로 임명된 남 최고위원은 첫 회의 자리에서 "(여성 지도부가 늘어난 만큼) 민주당은 여성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는 정당"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문제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키니 시위가 거북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문제이고, 인터넷 자정(自淨)기능에 맡기면 조만간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나꼼수를 떠받들듯이 해왔다. 이달 중순 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거의 모든 후보들이 "정봉주 의원 석방에 앞장서겠다"고 공약했다. 나꼼수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지난 26일엔 한명숙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홍성교도소로 정 전 의원 면회를 갔다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니 민주당의 '침묵'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비키니 시위는 표현의 자유인지 아닌지의 문제를 떠나서, 이미 성적(性的) 이슈가 됐다. '성욕억제제'나 '코피'라는 표현을 두고 성적인 발언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민주당은 '진보'를 표방하며 차기 정권을 잡겠다고 공언해 왔다. 상당수 여성의 공분을 사고 있는 성희롱 사건에 침묵하는 정당이 어떻게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나꼼수의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무섭다"고 했다. 그 가벼움에 민주당이 지금 너풀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