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 성모(聖母) 성지인 경기도 화성시 '남양성모성지'에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Botta·69)가 설계하는 대성당〈스케치〉이 들어선다. 2017년 완공 예정으로 설계가 진행 중인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이다. 건축면적 3941㎡(1192평), 연면적 5818㎡(1760평)에 2500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규모로, 건축비는 약 100억원으로 예상된다.

마리오 보타가 그린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컴퓨터 스케치. 2017년 완공 예정으로 설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은 대성당 내부 스케치. 거대한 원통 구조물을 통해 들어온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구조다.

남양성모성지는 원래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숯과 옹기로 생계를 이으며 숨어 살다가 병인박해(1866) 등으로 순교한 것을 기리는 성지. 지난 1991년 10월 수원교구장 고(故) 김남수 주교에 의해 성모 성지로 선포됐다. 현재는 수많은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수목원을 연상시키는 풍광과 1㎞에 이르는 '묵주기도의 길'로 순례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다.

설계를 맡기로 한 마리오 보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스위스콤 본사 사옥 등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국내에도 서울의 강남교보타워와 삼성미술관 리움(장 누벨, 렘 콜하스 등과 공동작업) 등의 작품이 있다. 성당 건축에서도 그의 이름은 의미 있다. 프랑스 파리 인근의 에브리 대성당,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요한 23세 성당 등 유럽 여러 곳에 독창적인 형태의 성당을 설계했다.

마리오 보타

보타는 지난해 6월 처음 설계 제안을 받은 뒤 8월 현장을 방문했으며 10월과 올 1월에는 스케치와 모형 사진을 남양성모성지 측에 보내왔다. 그의 스케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0m 높이의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 두 개다. 자연광을 받아 성당 내부로 은은하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묵주기도의 길' 등 주변 경관을 설계에 고려해, 성지의 모든 길이 성당에서 끝나고 또 시작되도록 전체를 배치했다.

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주임신부는 "보타는 '빛과 공간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성당 건축'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며 "우리 성당 설계에 꼭 맞는 생각"이라고 했다.

성당 완공이 예정된 2017년은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천주교회에서는 포르투갈 파티마 지역의 목동들에게 나타난 성모가 세계 2차대전과 공산권 붕괴를 예언한 것으로 믿는다. 천주교계는 신축될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성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천주교 수원교구(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지난 28일 '남양성모마리아대성당 봉헌위원회' 위원 위촉 미사를 열었으며, 서강대 총장을 지낸 손병두 KBS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