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서정 기자] “‘범죄와의 전쟁이 잘 됐으면 좋겠다. 최소한 망하지는 말아야 한다”
2010년 잔악무도한 사이코패스의 진수를 보여줬던 배우 최민식이 이후 2년 만에 건달 최익현으로 분해 내놓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를 대하는 자세를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몇 십억을 투자한 대작들이 흥행하지 못하고 극장가에서 뻥뻥 떨어지고 신인 감독들이 다양한 영화들을 제작하고 있는 가운데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이 잘 돼서 그 기운이 다른 영화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나 더, 최민식이 ‘범죄와의 전쟁’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격동의 1990년대를 살았던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 얘기를 하던 최민식은 한참을 집안에서 묵묵하기만 했던 아버지를 말하기도 했다.
- ‘범죄와의 전쟁’이 우리 아버지들이 열심히 살았던 1990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범죄와의 전쟁’이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스펜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잡담 같은 영화다. 복덕방에서 아저씨들이 장기를 두고 화투를 치면서 옛날얘기를 하는 그런 느낌이다. 내가 의도하고 팀이 의도한 것은 그런 느낌이다. 영화를 본 후배가 아버지가 생각났다고 하더라. 우리 또래의 사람이 보면 크게 공감할 것 같은 영화다.
과거 아버지들이 대부분 집안에서 바깥의 이야기를 많이 안했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 바깥에 얘기를 안했다. 이북 분, 함경도 사나이다. 홀로 단신으로 내려와서 얼마나 고생을 했겠나. 성적표 가져오라는 말도 안했다. 함께 과일을 먹을 때도 말을 거의 안해서 그 분위기에 과일도 잘 못었을 정도였다.
- ‘범죄와의 전쟁’ 어떤 영화인가?
▲ 여자남자 다 떠나서 이 영화가 관통하는 줄기에서 뿜어내는 정서가 있다. 그렇게 살아날 수 없는 사내의 연민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다. 그 행위가 정당화되고 합리화되고 그런 것이 아닌 우리네 아버지들이 불쌍하고 처해진 상황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극중 비리, 부패, 사기, 권모술수는 80년대 이야기지만 미래에도 그럴 것이고 현재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들었을 때 익숙한 이야기다. 요즘은 ‘이런 나쁜 놈들이네’가 아니라 ‘그렇구나’라는 인식이 돼 있다.
-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 여성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궁금했다. 포스터도 그렇고 소도둑놈들 같은 사람들이 걸어오니까 ‘식상한 깡패영화 아니냐’, ‘조직배신 이런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여성관객들 같은 경우는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여자 후배들한테 화장실가서 얘기 좀 들어보라고 했다. 화장실에서 하는 얘기가 정답이다. 반응들을 들어보니 재미있다고 했다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들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영화가 조직 폭력배들이 나오는 스타일이라서 여성관객들 반응이 궁금했다.
그리고 가편집된 영화를 단 한 사람에게 모니터 해달라고 했다. 3살 어린 친구인데 정말 산만하다. 그런데 한 번도 화장실을 안가고 봤다. 그 친구가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공감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 '악마를 보았다'에서도 잔인하게 연쇄살인을 하고 이번 영화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때린다. 후휴증이 있었나?
▲ 피 나오는 건 다신 안한다고 했는데 또 하게 됐다. 영화를 찍는 동안 역할에 젖어들 수밖에 없다. 욕을 자꾸 하게 되고 사소한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과격한 행동을 자꾸 하게 되는 등 자제력을 잃게 되더라. 그래서 힘들었다.
촬영 때문에 현장이 온통 피바다가 될 때가 있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가짜 피인걸 분명히 아는데도 진짜 피같이 느껴져서 구역질이 나왔다.
- 향후 어떤 영화를 하고 싶나?
▲ 문학적인 것을 하고 싶다. ‘파이란’처럼 저예산으로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현재 우리 영화 현실이 대작들이 흥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하는 사람들도 자기 검열을 하고 트렌드를 쫓게 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영화가 잘 되서 다른 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영화들이 잘 안되면 신인감독들은 어떻게 하냐. 최소한 망하지는 말아야 한다. 내가 망하고 안 망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이 잘되면 긍정적인 기운이 퍼질 수 있다. 영화인들 모두 다 같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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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